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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삼시연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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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쓰야 연구」라는 것이 있다. 20년 전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자료는「세개의 화살」, 삼시라고 쓴다. 일본 성씨의 하나지만 필경 무슨 암호 같다.
말이 연구지, 질은 작전이다. 그 주체는 일본 방위청. 주제는「l963년도 통합방위 도상연구 실시 계획」.
『어느 날 (일본식 연호로 소화 3×년 7월19일)저녁 중공 공군과 북한 전폭기 편대가 한국에 공격을 개시, 휴전선을 넘는다…』이런 가정이 미쓰야 연구의 전제다.
이때 일본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자위대는 비상사태 아래서 어떻게 운영하며, 이와 관련된 법적 조치나 절차는 무엇인가. 이런 것들을 연구했다. 일본 방위청 통합 각료회의 사무국장「다나까」(전중의남) 육장(장군) 이 주동이 되어 84명의 막료가 여기에 참가했다.
결론은 1주일 이내에 국회를 소집, 비상 입법에 착수, 일종의 국가 총동원 계획수립. 군사상 필요에 따라 경제, 교통, 통신, 언론 등 헌법의 입법권, 기본적 인권에 저촉되는 사항도 모두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쯤 되면 군사 쿠데타다. 입헌 질서가 무너지는 사태.
l965년 2월10일 일본 중의원 예산 위에서 사회당의 한 의원이 이 사실을 폭로했다. 국회엔「특위」가 설치되고 방위청은「비밀누설」책임을 물어 26명을 면직시켰다.
그후 18년, 하필이면 같은 무렵에 역시 일본 중의원 예산위에서 자민련(야당) 의 어떤 의원이「속 삼시연구」와 같은 내용을 폭로했다. 주제는「1979년 국제개조론」.
80년 6월10일 화요일, 육상 자위대의 공정단, 해상자위대의 한 지방대와 항공단, 항공자위대의 어느 항공학교 학생 등 1개 사단병력이 참가, 쿠데타를 감행한다.
항공기로 수상관저 폭파, 국회·방송국(NHK)·자민당·사회당 본부 점거, 수도 고속도로·해상로 봉쇄, 계엄령 선포, 임시수반 결정-.
「논」치고는 긴박감이 넘친다. 성공율 예측은 50%. 실패하면 주동자들은 자폭.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듣기만 해도 쇼킹하다. 국민소득 1만 달러에, 선진산업국에, 철저한 의회 민주주의 국가에서 감히 그런 궁리를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선 그런「궁리」가 우스꽝스럽고, 설령 작전에 옮겨졌다면 더 우스웠을 것 같다.
가령 미국이나 영국에서 그런 계획이 실행되었다면 국민들은 전율에 앞서 허리를 붙들고 깔깔 웃어댔을 것 같다.
사회 기능의 분화, 사회 조직의 다원화, 여론 수렴의 제도화, 정치 문화의 심화, 그리고 고소득에 의한 국민의식 수준의 개화-.
이것은 바로 미국의 쿠데타, 일본의 삼시 연구를 코미디로 만드는 요소들이다. 설사「속 삼시 연구」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일본 사람들에겐 하나도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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