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 김우수)는 23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한 혐의(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정문헌(48) 새누리당 의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이 앞서 구형한 벌금 500만원보다 무거운 형이다.
재판부는 정 의원이 청와대 통일비서관 시절 열람해 알게 된 대화록 내용을 언론 인터뷰와 기자회견, 김무성 의원 등에게 확인해 준 것은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무수행 중 알게 된 2급 비밀인 회의록 내용을 국감장에서 면책특권을 이용해 공개했다가 진위 여부 논란이 생기자 사실이라고 수차례 확인했다”며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반복적으로 누설해 스스로 권위를 저버리고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으로 장기간 정치ㆍ사회적 논란이 일고 외교적 신인도도 손상됐다”고 지적했다.
대화록 내용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후 수차례 보도돼 더 이상 비밀이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정감사 발언 당시엔 2급 비밀이었고 이후 언론에 여러차례 보도됐다고 더이상 비밀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201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방한계선(NN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 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 남측은 앞으로 NLL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는 등의 내용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정 의원은 지난 6월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지만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