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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채규모 4위지만「문제국가」론 안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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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OECD가 진단한「개도국외채」내용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본부 파리)가 금융위기의 위험이 있는 나라로서 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와 더불어 한국을 꼽았다는 일본경제신문(l월10일자)의 보도는 국내외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본사는 OECD의 보고서롤 긴급입수, 소개한다.<편집자주>
【파리=주원상 특파원】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2월 개도국 외채문제에 대한 상세한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멕시코 사태이후 국제적인 관심과 걱정이 모아지고 있는 이 같은 문제를 다루면서 OECD는▲최근 몇몇 규모가 큰 개도국들에-구체적으로 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한국 등 4개국에-국제민간금융이 지나치게 쓸려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점이긴 하지만▲전체로 보아 심각한 사태는 아니라고 낙관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외채 문제」는 아직 몇몇 특별한 개도국에 국한된 것이며(현재로선 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 3개국 정도)나머지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앞으로도 신용 도를 지키며 대외차입을 늘리면서 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로서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한국이 외채 규모 면에서는 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으나▲다른 3개국과는 달러「문제 국가」로 지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OECD는 이 보고서에서▲만약 국제 고금리추세가 꺾이지 않고 무역환경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제3세계의 외채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며▲어떤 개도국은 외상을 들여다 정부사업을 늘리거나 비생산적인 투자에 돌림으로써 이를 낭비하는 사례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OECD 보고서는 특히 80년대의 고금리 추세와 관련, 국가별 외채 문제를 판단하는데 변동금리부 외채의 비중을 중요한 분석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한국은 82년 말 현재 1백55억 달러로 전체외분의 약40%).
다음은 OECD 보고서의 요약. 최근의 개도국 외채문제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특징들을 보이고 있다.
첫째, 80년대에 들면서 급변한 세계경제 상황은 70년대와 비교해볼 때 돈올 빌려주는 나라와 빌려 받는 나라와의 상대적인 입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70년대는 인플레의 시대였다. 따라서 외채부담은 실질적으로 가벼웠다.
그러나 80년대는 세계적으로 실질금리가 오르고 교역량 증가율은 둔화됐으며, 상품가격은 떨어져 외채부담은 급격히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80년대에 들면서 이 같은 고금리로 특히 타격을 받은 나라로서 아르헨티나·브라질·한국·멕시코를 꼽을 수 있다. 칠레와 니카라과도 비교적 심한 타격을 받았다.
82년 현재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OECD 가맹국을 제의한 개도국 전체의 변동금리부 외채 중 대부분을 아르헨티나·브라질·멕시코 등이 차지하고 있다.
둘째, 어떤 개도국은 (OECD는 특정한 나라를 지목하지 않았다)외채를 들여다 무용하게 써버렸다.
예를 들면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생산성이 부문에 투자하거나했다.
셋째, 개도국 외채문제는 크게 두 가지 형태의 국가 군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경제의 상품의존도가 낮고 가난하며 원조 등의 공공차관에 주로 의지하고 있는 나라들로서 세계 전체로 보면 그 외채규모도 얼마 안 된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터키·페루·파키스탄·인도·칠레 등이 이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높은 변동금리부 외채를 상업베이스에 의해 도입한 몇몇 선발개도국들로서 현재 수출이 잘 안돼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나라들이다.
넷째, 위에 든 두 가지 형태의 국가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특별히 외채문제를 중요한 제약조건으로 따로 떼어 생각할 입장도 아니고, 적어도 직접적으로는 고금리에 의한 큰 영향을 받지도 않는 나라들이다.
다섯째, 개도국전체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민간은행들에 지고 있는 빚은 민간은행들의 대 해외 총 대출 중 약 33%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은행들의 국내외 총 대출금액에 비하면 불과 6%에 지나지 않는다.
여섯째, 그럼에도 이 같은 민간은행들의 대 해외대출은 물과 몇몇 나라에 심하게 쏠려있다. 바로 아르헨티나·브라질·멕시코 등이다. 이들 나라가 국제 민간은행들로부터 빌어 쓰고 있는 돈의 규모는 78년 말 4백억 달러에서 82년 말에는 1천4백억 달러로 4년 사이 1천억 달러나 급증했으며, 늘어난 1천억 달러 중 절반은 1년 미만의 단기외채다.
일곱째, 최근 개도국들의 외환이자부담이 크게 는 것은 위에서 본바와 같이 변동금리외채의 규모가 커진데다 국제금리가 급격히 오른 것에 그 주된 원인이 있는 것이므로 82년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고금리의 하락추세는 거꾸로 이들 개도국들이 외채부담을 더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중요한 특징들을 토대로 개도국 외채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즉, 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한국 등 4개 선발개도국에 국제민간은행들이 유독 편중되게「노출」돼 있다는 것이 국제금융질서 상 문제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일반적으로 「개도국 외채문제」라고 특별히 따로 떼어 문제삼을 정도는 되지 않는다.
현재로선 주로 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 3개국에 대해 국제금융 가의 평가조정작업이 집중되고 있을 뿐, 나머지 개도국들에 대해선 민간은행들이 현재의 대출수준을 유지하거나 또는 더 늘릴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아르헨티나 등 3개국에 대한 금융축소는 성장능력을 갖고있는 다른 개도국에 대한 금융확대에 도움이 된다.
국제 경제·금융질서의 앞날은 현재의 침체국면을 벗어날 공산이 크다. 고금리가 적정한 수준으로 되돌아가면 83년의 경제상황은 훨씬 진정될 것이며, 세계경제의 회복에 따른 상품가격의 상승은 개도국 외채도입의 긍정적인 측면을 다시 부각시킬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도한 외채를 안고 있으면서도 효과적인 경제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들은 지금이야말로 정책수정의 적기를 앞두고 있으며, 이 같은 경제적인 적응은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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