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 요청 오면 새벽에도 나가" KT 직원들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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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감청은 KT 지사(옛 한국통신 전화국)에 있는 선로운영실의 협조 아래 이뤄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31일 KT에 따르면 지사마다 7~8명이 근무하는 선로운영실은 발신자가 수신자와 통화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전화망을 관리하는 곳이다. 유선 전화로 통화를 하기 위해선 이곳의 '선로 연결'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국정원의 '합법적인' 감청 요청이 있으면 발신자와 수신자 선 사이에 다른 선을 하나 더 만들어 감청을 할 수 있도록 감청망을 구성해 준다는 것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감청망을 구성해 줄 경우 '감청일지'라는 것을 남기게 돼 있다"며 "(KT지사 압수수색은)검찰이 확보한 국정원과 KT가 각각 보관 중인 감청 리스트를 대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끼워넣기 식으로 감청대상자를 불법으로 추가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또 "간혹 '긴급 감청'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나 사후에 영장.감청요청서 등 합법적인 근거를 받도록 하고 있다"며 "실제 감청은 국정원이 하는 것이며 KT에 감청 설비는 없다"고 말했다.

KT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긴급감청을 요청해 오면 직원들이 새벽에도 뛰어나가야 한다"며 "국정원과 KT는 감청에 협조하는 체제였다"고 밝혔다. 그는 "양쪽 직원들이 함께 식사와 술자리를 하거나 택시비를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감청을 도와주면 '사례'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정강현.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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