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매각 '4000억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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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라인게임 개발사인 그라비티가 일본의 소프트뱅크 계열사에 매각됐다.

그라비티 측은 31일 "김정률 회장이 보유한 지분 364만619주(52.4%)를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EZER과 테크노그루브에 4000억원을 받고 넘겼다"고 발표했다.

김 회장은 이번 매각 과정에서 주식 한 주당 시가의 3.5배에 달하는 98.25달러를 받았다.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그라비티의 주식이 24.5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금액이다. 이로써 김 회장은 국내 벤처업계 사상 최대의 대박을 터뜨린 주인공이 됐다. 지금까진 플레너스 방준혁 사장이 지난 4월 게임포털 넷마블의 지분 18.8%를 CJ에 넘기며 800억원을 받은 것이 최고였다.

김정률 회장은 "그라비티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시키는 데 개인적인 한계를 느껴왔다"며 "세계적인 게임 유통망을 갖춘 소프트뱅크에 넘겨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2월 나스닥에 상장할 때도 로컬 기업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주주 이익 극대화 차원에서도 세계적인 기업에 회사를 맡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라비티는 2002년부터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를 국내는 물론 대만과 일본 등 37개국에서 서비스하며 34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로는 최초로 국내 증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나스닥 상장 이후 줄곧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해 고전해 왔다.

그라비티의 지분 인수에 참여한 일본의 테크노 그루브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동생인 손태장씨가 운영 중인 아시안 글로브의 자회사다. 손태장씨는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의 일본 내 배급권을 갖고 있는 겅호온라인의 대표를 맡고 있다.

손태장씨는 다음달 출시할 '라그나로크2'의 판권을 확보하고 그라비티를 세계적인 게임 개발회사로 키우기 위해 이번 인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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