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이탈에 벤츠까지 상품으로 건 중국 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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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6 플러스와 금목걸이, 메르세데스 벤츠. 요즘 중국 시중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런 선물을 받을 수 있다. 금리 인하로 인한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한 은행의 고육지책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핑안(平安)은행 베이징의 한 지점에서 3만8000위안(약 666만원)의 예금을 5년간 맡긴 고객에게 이자 대신 애플 아이폰6 플러스 126GB 모델을 증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은행에 90만3000위안(약 1억6832만원)의 예금을 5년간 예치하면 이자 대신 메르세데스 벤츠를 준다. 벤츠 A180 모델의 가격(25만20000위안)을 생각하면 고객에게 연이율 7% 가량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셈이다. 산시성 중신(中信)은행의 한 지점은 1만 위안을 맡긴 고령의 고객에게 3주 동안 매일 식료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은행이 선물 공세에 나선 이유는 돈 줄이 말라서다. 지난달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여파다. 7~9월 은행 전체 예금에서 이탈한 돈은 9500억 위안(1540억 달러)에 달했다. 분기 기준으로 은행권 예금액이 줄어든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11월까지 신규예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나 줄었다.

은행을 빠져나온 돈은 온라인 금융상품과 고수익 신탁 상품·주식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알리페이의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상품 ‘위어바오(餘額寶)’에는 출시 15개월 만에 5350억 위안이 몰렸다. 가입자 수도 1억4900만 명이나 된다. 9월 말 기준 중국 내 고수익 신탁상품 투자액은 12조9000억 위안에 달했다. 주식 시장으로도 자금이 쏠리고 있다. 이달 첫째 주에만 60만 개의 주식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 최근 6개월간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43% 오른 영향이다.

랴오창(廖强)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애널리스트는 “영업망이 넓지 않은 중형급 은행이나 지역은행이 예금 이탈의 직격탄을 맞으며, 더 비싸고 리스크가 큰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이 금리 자유화를 향해 갈수록 예금을 잡기 위한 경쟁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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