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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감안…중간선 채택 공직자 재산등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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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직자 재산등록제가 80년 성안이후 3차례나 실시시기가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만2년만에 시행령이 만들어져 내년1월1일부터 실시된다.
정부는 고위공직자의 재산을 국민 앞에 떳떳이 밝히겠다는 초기의 개혁의지와 그 실현을 가능케하는 현실여건과의 괴리를 어떻게 조화하느냐를 놓고 고심해왔다.
그래서 법제정 때부터 ▲실시단계 ▲등록재산범위 ▲공개여부 등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모두 시행령에 넘겼는데 결국 그 시행령도 이상과 현실의 중간선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9월 민정당이 재산등록을 시행하면서 부동산만을 그 대상으로 했던데 비해, 정부안이 동산을 포함하려는 것은 진일보라 할 수 있으나 등록동산의 기존과 금액은 통일기준을 위해 입법부와 사법부의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공개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던 등록재산처리는 현실의 저항을 고려해 비공개로 낙착됐다.
박찬긍 총무처장관은 『시행초기단계부터 의욕만을 앞세운 나머지 현실여건을 도외시하고 무리하게 확대 시행할 경우, 업무의 복잡성·내용의 진실성여부 등 문제점이 커져 제도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등록대상자>
법에는 3급 이상 전 공무원·공직유관단체임원, 시장·군수·경찰서장 등 민원부서 기관장, 5급 이상 국세청직원으로 정했으나 1단계에서는 차관급이상의 고위공직자만으로 대상이 축소됐다.
공직유관단체는 앞으로 총리령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그 중 24개 정부투자기관 외에 2차 등록대상이 될 유관단체는 ▲지방 공기업법에 의한 지방공사·공단7개 ▲정부출연·보조기관36개 ▲정부에서 기관장이나 임원을 승인하는 기관 36개 등 총1백3개 기관에 달한다.

<동록재산범위>
부동산은 물론, 동산까지 포함시키되 동산의 경우는 재산적 가치가 크고 축재의 소지가 있는 재산을 대상으로 할 방침이다.
동산의 경우 은닉이 가능하고 평가의 어려움 등 때문에 제의하자는 의견도 정부 내에 없지 않았다.
외국의 경우도 싱가포르는 부동산과 주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미국은 1천 달러이상의 부동산 또는 동산의 매매, 1만 달러이상 채무,1백 달러이상 보수이외의 소득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필리핀의 경우는 모든 재산을 등록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제도의 정착자체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우리는 예금·유가증권·채권·채무·소득·귀금속·골동품 및 예술품·각종회원권을 대상으로 하되 사소한 돌반지 등까지 등록하는 난센스를 피하기 위해 총액·총 수량이 일정기준이상인 것만으로 한정할 방침이다.
아직 등록대상동산의 기준과 금액은 입법·사법부와의 협의가 남아있어 미정상태다.
다만 정부로서는 귀금속은 품명과 수량, 골동품 및 예술품은 품명·작가·크기 등으로 단순화해 등록토록 한다는 복안을 갖고있다.
더구나 별거중이거나 분가한 직계존비속에 대해선 동산등록을 면제키로 함으로써 동산등록의 의미를 반감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총무처에서는 점진적인 핵가족화에 따른 재산의 독립경향 때문에 분가한 자식의 패물까지 등록하라고 강요할 수 없고 재산파악이 어려운점 등 때문에 제외시켰다는 실망이다.

<등록재산의 비공개>
법10조에는 『등록의무자의 재산에 관한 등록사항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등록의무자의 등록사항은 이를 공개할 수 있다』로 되어있다. 법제정당시는 시행령에서 일부 고위직은 공개할 것처럼 유보조항을 두었으나 이번 시행령에 일체 예외규정을 두지 않아 비공개로 굳어졌다.
재산등록의 본래 취지가 국민 앞에 자신의 재산을 떳떳이 내놓고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비공개는 이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약화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당국으로서는 공개할 경우 ▲사유재산권의 비밀이 침해되고 ▲등록재산이 너무 많으면 위화감을 조성하고 적을 때는 왜 적으냐는 등의 시비가 따르게 되며 ▲이로 인한 유언비어·모함 가능성이 있고 ▲성실신고 기피요인이 된다는 등 공개하기 어려운 고충이 있었다는 얘기다.
당국자들은 『비록 비공개이긴 하지만 공직자들이 재산상태를 임면권자에게 제출하게 되므로 심리적인 자생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자위한다.
특히 시행초기에 공개했다가 많은 부작용이 발생해 비공개로 바꿀 경우 국민으로부터 받게될 더 큰 불신을 생각하면 처음에는 비공개로 했다가 어느 정도 제도정착이 이뤄진 후 다시 검토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게 정부측 생각이다.

<취업제한>
재산등록대상 공직자들은 퇴직 전 2년 동안 담당했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리사기업체에 퇴직 후 2년 동안 취업치 못하도록 제한된다. 관련업무의 범위는 인·허가, 검사, 보조금교부 등 7개항의 기준이 제시됐다.
취업제한대상업체의 규모는 자산총액 1백억원 이상, 외형거래액 3백억원 이상으로 한정됐는데 80년 기준으로 볼 때 약3백개 기업체가 해당된다.
공직자윤리법의 제정 취지는 공직자의 재산증감을 감시·통제하겠다는 뜻보다 공직자 스스로 국민 앞에 양심선언을 하는 측면이 더 강했다.
따라서 이 법의 성패는 공직자 스스로가 얼마만큼 성실히 신고하느냐에 달린 만큼 결국은 『공무원 스스로가 각성해야한다』는 본래의 명제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 <문창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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