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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짝퉁 장인'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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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 시장에서 소위 ‘짝퉁 원단의 장인’으로 불리던 원단 제조업자가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 1일 동대문 유통업자들에게 정품 시가 6300억원 어치의 짝퉁 원단을 유통하고 판매한 강모(65)씨와 공범 김모(56)씨를 구속하고, 이들에게 짝퉁 부자재를 제공하거나 원단을 받아 지갑ㆍ가방 등은 만든 혐의로 공범 최모(59)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동대문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짜 명품의 60% 가량을 제작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올해 1월부터 짝퉁원단을 제조하는 김씨로부터 루이뷔통, 구찌 등의 원단을 공급받아 경기도 의정부 소재 창고에 보관해왔다. 강씨는 동거녀 박씨와 함께 이 원단을 짝퉁 가방 제조업자인 또 다른 김모(56)씨에게 팔거나 직접 가방을 만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박삼현 중부서 수사과장은 ”강씨와 김씨가 이 과정에서 최소한 5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짝퉁 판매 이익금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만든 짝퉁 가방과 지갑들은 중개상들을 통해 동대문 노점에서 ‘A급’으로 인정받아 팔려나갔다고 한다.

중부서는 지난 9월부터 서울 동대문 관광특구 주변 ‘짝퉁 명품 노점’을 집중 단속하는 과정에서 이번 ‘짝퉁 유통책’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강씨는 동대문 유통업자들 사이에서 "동대문 짝퉁 중 강씨 손을 거치치 않은 제품이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유명인이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와 김씨는 모두 30여년 전 국내 유명 가방 제조회사에서 근무했던 기술직으로, 그 노하우를 짝퉁 제조에 접목시켜 A급 제품을 만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강씨와 김씨가 상표법 위반 전과가 있고 2000년쯤 처음 검거된 것으로 미뤄 추가 범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이들로부터 짝퉁 명품을 받아 판매한 중간 유통상들을 검거하기 위한 수사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영상=서울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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