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에 가정법률상담소 설치 이태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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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경을 넘은 사랑이라 하더라도 성장과정과 문화수준이라는 남녀끼리의 결합은 많은 난관을 초래합니다.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국제결혼을 한 한국여성들을 위해 상담소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해왔지요.』
이태영 박사(68·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는 3년전부터 현지조사를 착수, 이번엔 교포를 위한 상담소를 열기 위해 13일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서의 지부설치희망지역은 필라델피아·워싱턴·하와이·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해 모두 11개 지역. 그러나 특별한 지원금도 없이 모든 것이 한국교포들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상담원·무료변호인·사무실마련, 한국교포가 많이 사는 곳 등의 제반조건이 모두 해결되어야 하는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
현지에서는 국제 결혼한 한국여성들의 60∼70%가 이혼을 하고 있다고 전하는 이 박사는 『한국교포들의 가정불화는 본인뿐만 아니라 친정부모·자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미국에서의 한국여성들의 불행을 얘기한다.
국제 결혼부부들은 우선 언어의 미숙으로 여자들은 계속 방황할 수밖에 없고 이에 친정부모를 미국으로 초청하지만 외국인 사위와의 부적응으로 노인문제까지 겹치게 되고,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미국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삼중고를 겪게 된다는 것.
그 결과 국제 결혼한 한국여성들은 정신착란증이나 구타로 인한 신체적인 손상으로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지부설치에 따라 법적으로 처리해줄 재미변호인들도 40∼50명 정도 봉사를 자청하고 있다. 곧 미국 안에 변호인단 1백명 확보도 가능하리란게 이박사의 이야기.
『외국인과 동거중인 교포들을 위한 무료결혼식도 구상중입니다. 점차 한국교포들의 문제는 우리민족 스스로가 해결해야한다는 의식이 정착되리라 기대합니다.』
지난 74년의 회갑기념을 위해 이대동창들과 제자들이 마련, 올해 증정한 『오직 한뜻으로 살아오신 우리 이태영 선생님』이란 책자를 받아든 이 박사는 이번의 지부설치사업이 교포들의 뜻을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소망하고 있다. <육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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