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들, 동남아 투자 붐|4년 동안 70억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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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베트남에서 쓴맛을 본 뒤 주춤했던 미국의 대 동남아 투자가 다시 부쩍 늘고있다.
최근 4년 동안 이 지역에 대한 미 기업들의 직접투자액은 2배로 늘어나 70억 달러에 달했고, 베트남전쟁 때보다도 훨씬 많은 5천 개의 미국계 기업들이 움직이고 있다.
베트남전쟁 이후 도미노이론의 악몽에 사로잡혀 이 지역에 투자를 꺼렸던 미 기업들이 다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한때 우려했던 공산화는 실현가능성이 없어졌으며 다소의 불안요인들은 충분히 이들 정부의 힘으로 막아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더우기 동남아에서는 투자대상으로 매력을 끌만한 많은 장정들이 발견되고있다.
풍부한 천연자원, 값싼 노동력은 무엇보다 중요한 강점이다.
이 지역의 경제 또한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최근 3년간 동남아국가의 연평균성장률은 6%를 기록했다. 싱가포르의 7∼8%에서 필리핀의 2.5%까지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딴 지역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고도성장은 몰라도 딴 지역 이상의 성장률은 충분히 이룰 수 있을 전망이다.
게다가 동남아 국가들은 세제혜택 등을 베풀면서 외국기업의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투자대상으로서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셈이다.
미국의 투자는 주로 ASEAN(동남아국가연합)국가에 집중돼있다.
81년말 현재 인도네시아 19억 달러, 싱가포르 18억 달러, 필리핀 13억 달러, 말레이지아 8억 달러, 타이 6억 달러 등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이는 일본에 이어 두 번 째로 많은 액수다. 미국과 이들 지역간의 교역도 급속도로 확대돼 이들은 미국의 5번째로 큰 교역상대가 됐다.
미국은 베트남이라는 발판을 잃은 것보다 더 큰 발판을 이들 기업투자를 통해 동남아에 마련한 셈이다.
가장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부문은 석유로 전체의 39%가 여기에 투자됐다.
동남아의 석유산업은 중동과는 달리 요즘의 세계적인 수요감퇴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 지역자체의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분야의 투자도 활발하다. 3억 7천만 명에 달하는 이 지역의 풍부한 인력자원을 바탕으로 가전제품공장 등 많은 조립생산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이 지역이 갖는 경제적 장점에 이제야 눈을 뜨기 시작한 미 기업들의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곳에 진출한 한 미 기업가의 말대로 그들은 미국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2배를 이곳에서 얻고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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