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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음식과 친해지기] 와인 식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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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마요네즈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입니다. 하얀 게 무얼 찍어 먹어도 그리 맛있는지 너무나 신기해 밥을 비벼 먹기도 했지요. 이제는 고추장과 섞어 오징어를 찍어 먹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대표 드레싱이 되었지요.

하지만 서양에서는 샐러드에 크림형 마요네즈보다 액체형 드레싱을 즐기는데, 그 기초 재료가 바로 와인 식초라는 것입니다. 무척 생소한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간단하게 와인과 식초를 섞어 놓은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와인 식초를 샐러드에 뿌려 먹으면 상쾌하고 깔끔한 맛이 더해져요. 또 잡냄새를 없애주고 야채를 부드럽게 해줍니다. 게다가 먹고 나면 우리 몸의 체액을 알칼리성으로 바꿔줘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도 있답니다.

크림형 드레싱보다 칼로리도 낮으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와인 식초는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발사믹 등 세 종류가 있습니다.

레드 와인을 발효시켜 만든 붉은 색의 레드 와인 식초는 파프리카.겨자잎.치커리 등 맛과 향이 강한 채소나 익힌 채소와 잘 어울립니다. 색이 붉으니 푸른색 채소 위에 뿌리면 보는 이의 입맛을 한껏 돋워주지요. 또 고기를 재울 때 한 티스푼 정도 넣으면, 육류 특유의 누린내가 없어진답니다.

감자 샐러드를 만들 때도 마요네즈와 함께 레드 와인 식초(1큰술)와 다진 마늘 약간만 넣어 버무려 보세요. 마요네즈만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상큼한 감자 샐러드를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화이트 와인 식초는 화이트 와인을 발효시켜 만든 겁니다. 맛과 향이 가벼운 그린 샐러드나 과일 샐러드 혹은 해산물을 넣은 샐러드에 넣었을 때 화이트 와인 특유의 새콤한 맛이 더욱 잘 살아납니다.

또 키위나 파인애플 등의 과일과 화이트 와인 식초.올리브 오일.소금을 함께 블렌더에 갈아 훈제 연어를 곁들인 샐러드에 뿌려 보세요. 과일의 달콤함과 화이트 와인 식초의 새콤함이 훈제 연어와 멋진 하모니를 이루어 우리의 혀끝을 행복하게 해준답니다.

마지막으로 간장처럼 짙은 색을 띠는 발사믹 식초는 백포도를 발효시켜 여러 종류의 나무통에서 수년간(길게는 20년에서 40년 동안) 숙성시킨 고급 발효 식초지요. 이탈리아 중북부 지역인 모데나에서만 생산됩니다.

발효되는 동안 처음 포도 원액의 10분의1도 안 되게 양이 줄어 값이 꽤 비싼 편입니다. 가정용으로 3~5년 정도 단기간 숙성시킨 저렴한 제품들도 있으니 지레 걱정하지는 마시고요.

원래 '발사미코(Balsamico)'란 말은 이탈리아어로 '향이 좋은'이라는 뜻이지요. 발사믹 식초는 새콤하면서도 달고 부드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맛이 나 그 맛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덤으로 오늘은 발사믹 식초 사용법 몇 가지를 더 알려드릴게요. 올리브 기름에 몇 방울을 넣어 보세요. 빵을 찍어 먹을 수도 있고, 어떤 채소에나 훌륭히 어울리는 드레싱이 된답니다.

시럽 정도의 농도가 될 때까지 은근히 졸이면 정말 맛있는 스테이크나 해산물 구이용 소스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딸기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발사믹 식초 몇 방울을 떨어뜨려 보세요. 이제껏 맛보지 못한 '신천지 맛 세계'를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

박주희 서양음식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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