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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세대별 합산과세 위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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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부가 8월 중 내놓을 부동산 종합대책에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참여정부는 여러 차례 부동산과 관련된 강력한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뛰는 집값에 서민들은 그저 망연자실, 상대적인 박탈감만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이번에 발표되는 부동산 대책은 일종의 '부동산 헌법'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바탕으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틀을 마련하는 데 그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언론이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번 부동산 종합대책의 핵심적인 사항으로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땅부자'들에게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를 개인이 아닌 세대별로 합산해 과세하자는 제안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재산세와는 별도로 개인이 소유한 전국의 주택과 토지를 합산해 국가가 다시 한번 과세함으로써 한국사회의 병리현상인 '부동산 소유 집중'을 방지하고 조세의 형평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현행법은 종합부동산세의 납세 의무자를 개인별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 지붕 아래 사는 부부나 자식들 명의로 부동산을 분산하는 경우 '진짜 땅부자'를 가려내 과세하는 것이 어려우니 이를 부부나 세대별로 합산과세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종부세를 세대별로 합산해 과세하는 경우에는 만만치 않은 위헌적 요소가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우리 헌법에서 국가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보호할 의무가 있으므로 부부 또는 세대별 과세가 이뤄질 경우 종부세는 '혼인 또는 가족 적대적' 세금으로서 위헌으로 볼 여지가 있다. 2002년 헌법재판소는 자산소득을 부부간에 합산해 과세하던 법 조항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혼인한 사람과 가족을 차별하므로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동시에 헌재는 특정한 법률조항이 혼인이나 가족을 불리하게 차별하는 경우 중대한 합리적 근거가 존재하여 헌법상 정당화되는 경우에는 위헌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합산과세가 혼인이나 가족제도를 차별할 만한 정당하고 합리적인 사유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우선 헌재의 위헌 결정은 부부간의 자산소득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종부세는 부동산의 분산소유를 통한 과다보유를 억제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특별한 입법목적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세대가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주택.부동산과, 부부나 가족구성원이 분산하여 소유하는 부동산은 법적으로 다른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1세대가 실제로 주거하면서 삶을 영위하는 주택은 부모와 자식 간에 가정교육과 인격적 교류가 이뤄지고 한 가족의 행복과 프라이버시가 실현되는 중심적 공간이다. 헌법이 보호하려는 혼인과 가족제도는 바로 이러한 인격적 요소를 가지는 개인의 재산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반면에 부부와 자식들이 분산해 소유하는 부동산은 실제로 주거하는 공간이 아닌 순수한 경제적 가치로 평가되는 재산에 불과하다. 이러한 순수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특히 부동산 가격의 안정과 소유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공익목적이 있는 한 법률의 규제는 강화될 수 있으며 혼인이나 가족을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법의 정당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 혼인생활과는 무관하게 상속받은 재산, 부부 또는 가족구성원이 자신의 경제활동과 소득으로 취득한 부동산인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합산과세대상에 제외해 억울한 사례를 피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정부는 결코 서두르지 말고 합산과세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국민 사이의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법의 목적은 도약이 아니라 진화의 과정을 거쳐 실현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공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