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반도체 넘어서는 제약시장 … '바이오'로 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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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체 추출 성분으로 만드는 바이오의약품은 세포배양이나 유전자 조작 기술로 개발된다. 글로벌 1위 세포배양 기기 제조사인 머크의 실험실 사진. [사진 머크]

정부가 개발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의약품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2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년에 각 75억원씩 모두 15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김영선 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 2017년까지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을 최소 하나는 배출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산업이 화학합성(케미컬) 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삼성이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를 지목하고,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정부도 바이오를 주목하고 있다. 케미컬의약품과 달리 ‘바이오는 우리도 해볼만 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제약산업은 100년이 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제품은 내놓지 못했다. 국산 신약 21개 중에서 다국적제약사 제품보다 국내 매출이 더 많은 제품은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카나브) 하나뿐이다. ‘돈 되는’ 신약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바이오는 다르다. 자동차·반도체 시장을 합친 것과 맞먹는 글로벌 제약시장(1000조원)에서 바이오 시장은 내년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2020년까지 연평균 24%씩 성장할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에선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전세계에 출시된 줄기세포 치료제 5개 중 4개가 한국산이다. 유전자치료제 분야 기술력도 미국 기업들과의 기술격차가 3.8년으로 다른 분야보다 짧다.

 국내 제약기업들도 바이오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일찌감치 바이오시밀러(오리지널 신약과 동등한 효능을 가진 복제약)에 주목해 2종을 개발한 셀트리온이 선두주자다. 지난달 28일부터는 일본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고령화로 의료비 부담이 큰 일본 정부는 오리지널 신약 값의 70%로 같은 효능을 내는 바이오시밀러 허가에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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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바이오신약 5개의 시밀러를 동시에 글로벌 임상시험(3상) 중이다. LG생활과학·동아쏘시오홀딩스·대웅제약 등 국내 기업들도 바이오시밀러 임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내년부터 2020년까지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신약들의 특허가 차례로 만료되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도 치열하다.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조원 이상 팔린 전세계 매출 1위 휴미라는 현재 삼성을 비롯해 암젠·베링거잉겔하임·산도즈·화이자 등 10개 이상 기업이 바이오시밀러 임상 중이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가려면 연구개발 초기부터 준비해야 한다. 한화케미칼이 그 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화이자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다빅트렐)를 식약처에서 허가받았다. 하지만 한화케미칼은 사실상 바이오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상태다. 글로벌임상 데이터를 꼼꼼히 챙기지 못해 식약처 허가가 당초 예상보다 1년 이상 지연되면서 일이 틀어진 것이다. 자체생산도 포기하고 다국적사에 기술 수출하기로 했다.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글로벌 신약을 내놓으려면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 임상과 보건당국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자료와 절차를 준비하는 노하우가 필수”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africasun@joognang.co.kr

◆바이오의약품=사람이나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한 성분(단백질)을 원·재료로 만든 의약품. 화학합성물 치료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난치성·만성질환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유전자 치료제나 줄기세포 치료제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신약(오리지널)과 동등한 효과를 내도록 개발된 의약품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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