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관 3인 vs 조응천·박관천 … 정권 초부터 인사 갈등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이 각각 언론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쏟아내면서다. 문건 유출과 작성 경위 등에 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두 핵심 당사자가 여론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정씨는 중앙일보와의 세 차례 인터뷰에서 청와대 문건에 대해 “증권가 정보 찌라시를 모아놓은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또 “민정수석실에서 조작한 것”이라며 “검찰에서 조사하면 금방 드러나는 일”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은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빙성이 6할 이상이라고 본다”며 “문건의 내용이 (정씨와 10명의 대통령 핵심 측근) 모임에 참석해 직접 그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의 인사 개입설을 놓고도 정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4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서 “(정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란 말을 들었으나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아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으로부터 “그만 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 말에는 정씨가 이 비서관과 연락을 취하는 사이인 데다 자신이 그만두는데도 영향을 미쳤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그러나 정씨는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미행을 당했는데 그 배후가 정씨란 보도가 난 후) 조 전 비서관에게 연락을 취하려 해도 안 돼 이 비서관에게 연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연락을 안 하다가 이번 사건이 터진 후에 연락했다”고 말해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은 조 전 비서관과 박지만 회장의 관계에 대해서도 말이 달랐다. 정씨는 “박 회장과 조 전 비서관이 서로 잘 안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 전 비서관은 “내가 20년 전부터 잘 아는 박 회장의 천거로 청와대에 들어와 박 회장의 오더(지시)로 비선 쪽과 세력 다툼을 하다가 일패도지(一敗塗地·싸움에서 패했다는 뜻) 했다고들 얘기하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조 전 비서관이 정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문건에 대해 “신빙성이 6할 이상”이라고 하면서 비서관 3인방과 민정수석실 내 조응천·박관천 라인 간 갈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조 전 비서관이 정씨를 공격하고 있지만 화살은 3인방을 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봉근 (2부속)비서관과 최근 통화를 했다”며 "(조 전 비서관과) 갈등이 있었는데 ‘별 거 아니다’라는 얘기를 안 비서관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양측 간의 모종의 갈등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 10월 이헌수 국정원 기조실장의 사표 반려 소동과도 연결된다. 이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초기 김성호 국정원장 밑에서 함께 근무해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런 관계 때문에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를 나간 뒤 이 실장까지 사표를 냈다는 소문이 한때 돌았다.

그러나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 기조실장 인사에 3인방이 관여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초기부터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검증에 문제점이 노출됐고 인사에 대한 생각이 다르면서 서로 불편했던 적이 수차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