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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부 쉬워요 틴틴경제] 기업들은 왜 '스포츠 마케팅' 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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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독자 여러분. 지난달 한국에서 열렸던 피스컵 축구 경기를 보셨나요.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을 비롯해 프랑스의 올림피크리옹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팀들이 경기를 했었죠. 여기 참가했던 프랑스 올림피크리옹팀 선수들은 'LG 모바일' 로고가 붙은 유니폼을 입고 뛰었어요. 피스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렸다고 해서 특별히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에요. 이 팀 선수들은 모든 경기에서 LG 로고가 달린 유니폼을 입는답니다.

얼마 전엔 영국 최고의 프로축구팀 첼시가 유니폼을 새로 만들었어요. 가슴에 '삼성 모바일'이라는 글귀가 들어간 것이었죠. 첼시 선수들은 앞으로 5년간 삼성전자 광고 문구가 들어간 유니폼을 입고 뛸 거예요. 물론 올림피크리옹이나 첼시는 각각 LG전자와 삼성전자로부터 많은 돈을 받고 이렇게 하는 거예요.

▶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농구 시상식 장면이에요. 마이클 조던(中)만 어깨에 뭔가를 걸쳤죠? 당시 미국 대표팀을 리복이 후원해 옷에 리복 마크가 있었는데, 나이키의 스폰서를 받던 조던은 리복 마크를 가리려고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어깨에 걸친 거예요.

기업들은 스포츠 대회 경비를 대주는 대가로 자기네 회사 이름을 대회 명칭에 넣게도 합니다. 지금 열리고 있는 '신한은행배 2005 여자프로농구' 같은 게 그 예죠. 기업들이 돈을 들여가며 대회 명칭이나 유니폼에 회사 이름을 넣는 것은, 기업을 널리 알리는 데 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기업들이 스포츠를 광고에 활용하는 것을 '스포츠 마케팅'이라고 해요.

◆스포츠의 광고 효과=삼성전자와 첼시는 밝히지 않았지만, 외부에 알려지기로는 5년 동안 삼성전자가 첼시에 약 900억원을 준다고 해요. 과연 어떤 효과가 있기에 삼성전자는 이런 거액을 줬을까요.

집에서 TV를 보다 광고가 나오면 다른 채널로 돌리는 게 보통이지요. 하지만 스포츠는 달라요. 중계를 보는 동안 싫든 좋든 유니폼에 새겨진 기업 이름이 눈에 들어오게 돼 있어요. 첼시 같은 팀이라면 유럽 각국 최강의 축구 클럽들이 나오는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 4강도 꿈꿀 수 있어요. 그런 게임은 전 세계에서 수억 명이 시청하지요. 시청자들은 첼시의 경기 모습뿐 아니라 '삼성 모바일' 글자도 선수가 클로즈업 될 때마다 보게 돼요. 이것이 900억원을 들여 따로 TV 광고를 하는 것보다 효과가 높다는 게 바로 삼성전자의 생각이랍니다.

운동장 주변에 광고판을 둘러치는 것도 마찬가지 효과가 있어요. 경기 중계를 보면서 자연스레 광고판도 보게 되지요. 특히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경우에는 경기장에 광고판을 세우는 '스폰서 기업'이 되는 데만 수백억원을 내야 하지요.

돈을 내고 대회 명칭에 회사 이름을 넣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신문이나 TV에서 경기 소식을 전할 때마다 '○○배'라고 회사 이름이 나와 독자와 시청자들이 기억하게 됩니다. 아예 경기장 건설 비용을 대고 경기장에 이름을 넣는 기업들도 있어요. 이 역시 언론들이 "○○경기장에서 열린" 경기라고 보도하면서 자기네 이름이 알려지도록 하려는 것이지요. 미국 보스턴의 미식축구장 '질레트 스타디움'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스타 플레이어를 잡아라=기업들은 스포츠 구단뿐 아니라 스포츠 스타들에게도 돈을 주고 자기네 회사 로고가 들어간 옷을 입게 한답니다. 특히 골프나 테니스 같은 개인 종목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아요. 골프 황제라는 타이거 우즈 선수를 생각해 보세요. TV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우즈 선수 경기 모습을 보여 주잖아요. 그렇게 TV에 비치는 몇 시간 동안 우즈 선수는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광고판'인 셈이지요. 당연히 우즈 선수를 잡으려는 기업도 많아 몸값이 천정부지랍니다. 외신에 따르면, 우즈 선수는 지난해 약 9000만 달러(약 1000억원)를 벌었는데, 이 가운데 대회 상금은 10%도 안되는 540만 달러이고 나머지는 기업들의 스폰서 등에 따른 소득이래요.

기업들이 스포츠 스타를 후원할 때는 자기네 광고에만 출연한다는 조건을 걸기도 합니다.

스타 잡기에는 스포츠 용품 기업들이 특히 적극적이에요. 시청자도 스타가 쓰는 것과 같은 제품을 사고 싶어하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지요.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누구나 '나도 저 제품을 쓰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니까요. 미국의 나이키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에게 자기네 운동화를 신도록 해서 농구를 좋아하는 전 세계 청소년들이 나이키만 찾도록 만들기도 했어요.

스포츠 용품 업체가 아닌 일반 회사가 스포츠 용품에까지 로고를 넣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크리켓'이라는, 야구 비슷한 스포츠가 엄청난 인기인 인도에서는 그런 경우가 있어요. 인도에서는 주요 크리켓 경기 중계를 1억 명 이상이 본다고 합니다. 게다가 크리켓 배트는 야구 배트와 달리 노처럼 넓적해 광고 문구를 넣기에 안성맞춤이죠. 그래서 인도의 갓프리필립스라는 담배 회사는 특정 대회를 후원하면서 경기에서 자기네 로고가 들어간 배트만 쓰도록 했어요. 그런데 인도에는 '크리켓 배트에는 배트 제조업체 로고만 새길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서 이 담배회사는 법에 걸리지 않으려고 광고하려는 담배 이름과 같은 배트 제조업체까지 만들었다는군요.

여기까지 읽으면서 눈치 채신 틴틴 독자도 있을 거예요. 스포츠 마케팅을 다룬 이 기사에서도 여러 기업 이름이 나왔죠. 스포츠 마케팅을 하지 않는 기업엔 이런 기회도 없어요. 이렇게 이모저모로 남들보다 훨씬 많이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되는 것이 스포츠 마케팅의 효과랍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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