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릴 때 먹던 팥죽 맛” … 벽화 보러 왔다가 먹거리에 반했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 21일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마비정 벽화마을을 찾은 유치원 아이들이 벽에 그려진 그림들을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1일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본리2리 마비정 벽화마을. 99㎡ 규모의 체험관에 40여 명이 몰려 강정을 만드느라 시끌벅적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튀밥과 조청을 정성스럽게 섞어 네모난 틀에 넣고 눌렀다. 이어 틀을 빼내자 납작한 강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입에 넣곤 탄성을 질렀다. “와, 맛있다. 파는 거랑 똑같아요.”

 캄보디아 출신의 소펏(35·여)은 “재미있는 벽화도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도 해먹으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음식 만들기는 농협 대구지역본부가 지역의 결혼 이주여성을 위해 마련했다. 마을 체험관 측은 이날 체험료로 2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마비정 마을이 벽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주민들이 연 식당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곳에 식당이 생긴 건 벽화마을이 조성되기 시작한 2012년 5월부터다. 주민이 재배한 농산물로 관광객에게 먹거리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집집마다 칼국수·두부·팥죽·떡 등을 맛보려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현재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은 전체 35가구 중 13가구에 달한다. 이들의 월평균 수입은 200만∼300만원. 재래시장에 팔 때보다 많게는 세 배까지 수입이 늘었다. 일부 식당은 월평균 400만∼500만원을 벌고 있다. 관광객 김영수(45·대구시 상동)씨는 “음식 맛이 어릴 때 시골에서 먹던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체험장도 주민들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관광객에게 농촌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달성군이 지난해 6월 만들었다. 이곳에선 두부·인절미와 향기 주머니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참가비는 1인당 5000원. 주민들은 콩 등 재료를 체험관에 판매해 부수입을 올린다.

 일자리도 생겼다. 체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주민 2∼3명이 진행을 돕는다. 콩을 맷돌에 갈고 끓여 두부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일일이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 할머니들은 3시간가량 돌아가며 일손을 보태고 수고비로 2만5000원∼3만원씩 받는다. 한 달에 20만원을 버는 할머니도 있다. 주민 김영자(73·여)씨는 “체험 참가자 중 젊은이가 많아 덩달아 젊어지는 것 같다. 게다가 용돈까지 생기니 신이 절로 난다”며 웃었다. 마을 중간 매점에서도 할머니 6명이 돌아가며 가게를 보고 있다. 음료수나 과자를 찾는 관광객에게 물건을 팔고 한 달에 22만원씩 받는다. 고령화사회의 괜찮은 일자리 창출 사업인 셈이다.

  김달종(57) 마비정 마을 이장은 “벽화의 힘이 이렇게 클지 몰랐다”고 했다. 달성군은 현재 마을의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내고 초가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곽윤환 달성군 정책사업담당은 “마을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재정비에 나서 더 많은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