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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청 '핵폭풍'] 미림팀 94년 재건 97년말 해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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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김승규 국정원장이 1일 국회 정보위에서 안기부 불법 도청 사건에 대한 현안을 보고하기 위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청 테이프 관련 긴급 현안 보고가 열린 국회 본관 5층 정보위원회 회의실엔 1일 오후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보고가 시작된 오후 3시 무렵엔 취재 기자와 국정원 직원 등 100여 명이 몰려 북새통이 됐다. 김승규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주요 간부들은 보고에 앞서 정보위원장실을 들렀다. 김 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달) 11일에 취임했는데…"라며 부임 직후 터진 이번 사태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열린 비공개 보고에서 김 원장은 "과거의 일이지만 크나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신기남 정보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들은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대가가 아무리 크더라도 (도청 사건) 진실의 전체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조사가 끝나지 않은 점을 들어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국정원의 도청 사건 전모 발표는 '며칠 뒤'로 사실상 미뤄졌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 등이 "미림팀을 김현철씨와 이원종씨 등이 지시했느냐"고 묻자 국정원은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다만 검찰에 압수된 274개 이외의 도청 테이프가 존재하는지, 검찰이 확보한 테이프가 이미 복사돼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 정보위원은 전했다.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해 "조사가 미진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지자 "박인회씨에 대한 국정원의 출국 정지조치가 없었다면 검찰 수사가 미궁에 빠졌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정보위원에 따르면 미림팀은 노태우 정권 말기에 설립돼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없어진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94년 재건돼 활동하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 직후인 97년 12월 폐지됐다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공운영씨로부터 받은 테이프와 녹취록을 복사해 삼성 측에 전달했다'는 박씨의 진술과 관련, "여벌의 복사본을 추가로 만들어 놓은 뒤 이 중 하나를 삼성 측에 전달하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올 1월 국정원이 문제의 테이프를 입수해 성문 분석을 했다는 조선일보 보도를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하면서 "지난달 21일 MBC 이상호 기자로부터 처음 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한 정보위원이 전했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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