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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림팀장, 99년 테이프 유출 조사받자 "천용택 테이프 등 폭로"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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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 안기부 직원, "취재 기자도 도청했다"
불법 도청 테이프 파문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옛 안기부 직원이 일선 취재 기자의 전화도 도청했다고 밝혀 주목된다.SBS TV "8뉴스"는 25일 옛 안기부 직원이었던 김기삼씨 인터뷰를 통해 "안기부가 다른 여러 언론사 임원들의 대화도 도청했을 뿐 아니라 기자들의 휴대 전화도 도청했다고 들었다"고 보도했다.(서울=연합뉴스)

천용택 전 국가정보원장이 1999년 옛 안기부에서 비밀도청을 전담한 미림팀장 공운영씨의 도청 테이프 유출 사건을 알고도 법에 따라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씨는 천 전 원장을 포함한 국민의 정부 핵심 인사들과 관련된 다수의 도청 테이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했고, 이 때문에 국정원은 공씨를 사법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가 25일 "당시 삼성 측은 모씨로부터 테이프를 넘겨주는 대가를 요구받았으나 이를 국정원에 신고했다"고 밝히고 "국정원은 공씨의 신원을 파악, 테이프 제작과 유출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공씨가 천 원장 및 DJ정부 핵심 실세들과 관련된 여러 개의 테이프를 갖고 있으며, 자신을 건드리면 이를 공개하겠다고 하자 타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국정원은 공씨에게서 테이프와 녹취록을 회수, 폐기하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은 "공씨는 국정원이 회수하기 전에 테이프와 녹취록의 복사본을 만들어 보관 중이며, 천 전 원장 측도 공씨에게서 회수한 테이프 중 상당수를 P씨 등 당시 권력 실세들에게 전달해 얼마나 많은 종류의 테이프가 외부로 유출됐는지, 또 누가 몇 개의 테이프 복사본을 보유하고 있는지 국정원으로서도 파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공씨가 국정원 직원법을 위반했음에도 이를 묵과한 천 전 원장 등 당시 국정원 수뇌부의 행위가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이미 국정원이 자체조사 작업에 들어갔으며, 조만간 공씨와 미림팀의 존재를 외부에 누설한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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