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테러 판박이 폭발 … 겁에 질린 런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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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폭발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이 긴급 대피한 영국 런던 셰퍼즈 부시 지하철역 일대에서 경찰이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7.7 런던 테러가 발생한 지 꼭 2주가 지난 이날 셰퍼즈 부시 역 등 3개의 런던 지하철역과 해크니 로드에서 시내버스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런던 AP=연합]

56명의 사망자를 낸 7.7 런던 연쇄 폭발 테러가 발생한 지 정확히 2주 만에 런던 중심부에서 다시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폭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하철역 세 곳과 버스 1대 등 대중교통 수단을 노린 점은 지난번과 똑같다.

이번 사고로 런던 시민들은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 7.7테러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사한 형태의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이 시민들을 극심한 두려움으로 몰아넣고 있다. 경찰은 테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 사고 발생=오후 1시11분 워런 스트리트.셰퍼즈 부시.오벌 등 3개 지하철 역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승객들이 긴급 대피했다. 지하철 당국은 즉시 세 역을 지나는 노던.빅토리아.해머스미스 앤 시티 등 4개 노선의 운행을 중단했다. 3개 역 출입구도 봉쇄됐다. 워런 스트리트 역에서는 부상자 1명이 발생했다. 경찰은 키 1m83㎝에 청색 셔츠를 걸친 아시아계 또는 흑인 남성을 찾기 위해 워런 스트리트 부근에 있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병원을 수색했다. 전선이 삐져나온 배낭을 메고 있는 이 남성의 모습이 목격됐다.

셰퍼즈 부시 역에서는 배낭을 소지한 남자 한 명이 자살폭탄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한 뒤 도망쳤다. 워런 스트리트 역에서 대피한 한 승객(35)은 "열차 안에 있는데 갑자기 뭔가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순간 모두 겁에 질렸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누군가 비상벨을 울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오벌 역 승강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열차가 도착하자 어떤 남자가 황급히 내려 도주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곧이어 오후 1시42분 경찰에 동부 해크니 지역을 달리던 26번 2층버스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버스 운전사는 "쾅하는 폭발음이 들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모든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화학 작용제를 사용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부시와 오벌? =이번 사고가 발생한 3개 역 중 두 곳의 이름이 미국 정부와 관련이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셰퍼즈 부시(Sheperd's Bush)의 '부시'는 미국 대통령 이름(조지 W 부시)이다. 또 오벌(Oval)은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을 연상시킨다. 만약 이번 폭발이 테러라면 테러범들이 "미국을 노렸다"는 상징을 남기려고 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기선민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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