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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어린이 10명 중 1명은 주 4일 아침밥 걸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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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건강네트워크가 지난 11일 연 ‘차별 받는 아이들의 아침밥 먹을 권리와 지역사회의 역할’이란 주제의 토론회 모습. 채원상 기자

천안시 봉명동에 사는 상현(11·가명)이와 상수(10·가명)는 형제다. 또래 남자 아이치고는 많이 야윈 편이다. 남자 아이라 활동량이 많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침을 거르기 일쑤다. 아빠와 이혼한 뒤 엄마가 일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이른 아침부터 일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끼니를 챙기기가 어렵다.

천안시 급식 지원 대상자로 등록된 아동 가운데 상당수가 아침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 지역 아동·청소년을 위한 단체 아동건강네트워크가 지난해 천안 시내의 한 초등학교 전교생 428명을 대상으로 아침밥 유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일주일에 아침밥을 4회 이상 거르는 아동은 전체의 9.7%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이 아침밥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침밥을 거르는 이유로는 ‘아침밥을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가 가장 많아 결식아동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식아동 급식 대상자 가운데 미취학 아동과 초등생은 1283명으로 천안 지역 전체 아동 3만8513명 중 3.3%를 차지한다.

결식아동 아침밥 제공 위한 모금 활동

아동건강네트워크에 따르면 급식 지원이 필요한 아동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조손·한부모·장애 가정이나 부모로부터 방임된 아이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돌봄이 결여돼 아침밥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급식 지원 대상자 아동들은 대부분 기관이나 봉사단체의 도움을 받아 끼니를 해결한다. 점심밥을 학교에서, 저녁밥은 지역아동센터나 무료 도시락·급식을 통해 제공받는다. 하지만 정작 아침밥은 어느 곳에서도 지원되지 않아 급식 지원 대상자 아동들이 매번 아침밥을 거르고 있는 실정이다.

성장기 아동의 아침밥은 신체·정신적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심재은 대전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성장기의 규칙적인 식사와 고른 영양소 섭취는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성장기 아동이 아침밥을 계속 거르게 될 경우 영양 섭취 수준, 체중 및 혈청지질 수준, 학습 및 인지력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며 “하루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와 주요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해 또래와 비교했을 때 정상적인 발달이 어려워진다. 급식 지원 대상자 아동의 경우 아침밥을 챙겨줄 부모가 없거나 돌봄을 받지 못해 정상적인 식사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동건강네트워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결식 아동의 아침밥 제공을 위한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지역 기관·단체를 비롯해 주민들이 힘을 모아 모금활동에 참여했다. 모인 기금으로 지난 4월부터 시범적으로 천안시 원성2동 지역아동센터 2개소에 아침밥 제공을 시작했다. 아침밥이 절실한 지역 아동 40명을 대상으로 지역아동센터에서 등교 전 주먹밥, 샌드위치, 과일 같은 간단한 아침밥을 제공했다. 그 후 7개월간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아동의 아침식사 습관 형성과 건강한 영양 섭취, 등교 전 용모 단정, 숙제 및 준비물 확인 같은 아침 돌봄 서비스도 함께 제공했다. 센터에서 아침밥을 먹게 된 김명호(12·가명)군은 “아침밥을 안 먹고 다녔을 때는 수업시간 내내 졸리고 피곤했는데 아침밥을 먹으니 속도 편하고 키도 많이 크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상자 양주희(10·가명)양은 “아침에 엄마 얼굴도 못 보고 혼자 학교에 가곤 했는데 앞으로 혼자 아침밥을 먹지 않아도 되고, 굶지 않게 돼 좋다”고 말했다. 아침밥 제공 대상 아동들은 아침밥을 먹은 뒤 학습 태도와 능력 향상에서도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또 센터에서 아침밥을 제공했을 때 많은 아이가 매번 한 끼니를 거르며 생활해 적정량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규칙적인 식사로 과식도 줄어들었다. 한유라(9·가명)양은 “아침밥을 먹으니 머리도 맑아지고 수업시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식아동 돕는 지역사회 역할’ 토론회

이와 관련해 아동건강네트워크는 11일 천안축구센터에서 ‘차별받는 아이들의 아침밥 먹을 권리와 지역사회의 역할’을 주제로 결식아동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동건강네트워크에 따르면 천안시에서는 현재 결식아동을 위해 방학 중 점심밥과 학기 중 저녁밥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복지 단체에서는 점심밥과 저녁밥 지원 이외에 결식아동을 위한 아침밥 제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소현 ㈔미래를여는아이들 사무국장은 토론회에서 “아침밥은 가정에서만 제공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학교나 지역아동센터 같은 다양한 지원처를 확보해야 한다”며 “아침 지원은 대상 아동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지속적인 아침밥 제공을 통해 불규칙적인 식습관 개선을 할 수 있고, 빈곤 가정 아동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지역 특성에 맞춘 아침밥 제공 방안에 대해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 041-572-0560.

이은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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