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적인 소비자 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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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80년에 제정된 소비자보호법 시행령이 이제서야 마련될 모양이다.
『소비자의 기본권익을 보호하고 소비생활의 향상과 합리화를 기하기 위하여』(동법 제1조) 마련된 소비자보호법은 입법정신에 비추어 그 시행이 예상외로 늦어졌다.
그 동안 정치·사회적 쌍벽을 겪으면서 미처 소비자보호에 눈을 돌릴 틈이 없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소비자보호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좀더 서둘러 손을 썼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제기획원과 민정당은 7월 시행을 목표로 구체적인 안을 작성하고 있다.
이제 그 추이를 우리 모두가 관심있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대체로 드러난 시행령 안의 골자는 소비자의 피해보상청구소송 비용을 지원할 소비자보호기금설치,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에 소비자불만창구설치 명령, 소비자보호위 신설 등을 포함하고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불량상품을 추방하고 명랑한 국민생활을 뒷받침한다는 뜻에서 반드시 규정되어야할 조항들이다.
특히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올올림픽을 앞두고 우리제품의 우수성과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소비자보호정책은 지금부터 강력히 추진되어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시행령에는 이름 있는 메이커만을 상정하고 제반규정을 둘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불량제품을 만들어내는 원천인 떠돌이 사이비기업의 발호를 막도록 하는 방안도 있어야한다.
실제로 공업진흥청이 때때로 발표하는 불량공산품의 제조업체 명단을 보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소형업자가 항상 말썽이 되고있다.
소비자가 피해보상청구를 한다해도 이들 업자는 이미 도피한 뒤이므로 보호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일단 소비자를 속이는 불량품으로 적발되면 그 업자와 상품을 공개하는 홍보업무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또 하나는 반대로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았는데도 악의적, 또는 상습적으로 음해하는 불량소비자 고발도 처벌해야 법의 공평한 집행이 이루어질 것이다.
기업을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엉터리 소비자고발이 흔히 섞여있으므로 이를 방지하는 것도 소비생활의 건전화에 도움이 된다.
소비자보호법과 동 시행령이 생산·유통단계의 공정성 보장에 유익할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소비자권익은 소비자 스스로의 각성과 적극적으로 부정행위를 용납하지 않으려 할 때에 보장받는 것이다.
국내에서 활동중인 소비자보호단체는 여성이 중심이 된 5개 단체와 그 협의체가 있고 그밖에 2개소의 소비자문제연구기구가 있다.
소비자의 자발적인 보호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정부는 민간의 소비자보호기구가 밝혀내는 상품 및 시장정보를 더욱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물론 소비자보호단체가 서로 긴밀히 협조하여 불량상품을 사회에 고발하고 시정요구를 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광범위하게 그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
정부안에 신설될 소비자보호위는 민간기구의 활동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조치도 강구해야 한다.
시행령의 조속한 성안으로 소비자보호가 실천적인 행동으로 옮겨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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