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민은행 3시간 업무 마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고장으로 세 시간 동안 은행업무가 마비돼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15일 오전 10시쯤 서울 강서구 염창동 국민은행 전산센터에 설치돼 있는 주전산기가 보조기억장치 이상으로 작동을 멈췄다.

이에 따라 창구거래와 현금입출금기 등 자동화기기, 인터넷뱅킹 등 모든 업무가 중단됐다. 은행 측은 긴급복구에 나서 낮 12시51분 창구 및 자동화기기 거래를 재개하고 오후 1시30분쯤 인터넷뱅킹을 정상화했다. 그러나 공과금자동입금기와 증권계좌 입출금 등 일부 서비스는 이후에도 장애가 계속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전산기 및 데이터 기억장치 3대 중 한 대에서 발생한 장애를 복구하기 위해 나머지 두 대의 가동을 중단하는 바람에 본.지점과 인터넷의 모든 업무가 한꺼번에 중지됐다"며 "사고에 대비한 백업센터가 설치돼 있지만 이를 가동하는 데 1시간30분~3시간이 걸려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 고객 불편=전국 1200여 개 국민은행 지점에선 혼란이 일었다. 주말을 앞두고 현금을 찾아두거나 대출금을 갚으려던 고객들의 불편이 컸다. 콜센터엔 집이나 회사에서 인터넷뱅킹으로 돈을 보내거나 받으려던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서울 신촌지점의 경우 오전 10시 이후 100여 명의 고객이 은행 측이 붙인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되돌렸다. 서울 세종로지점에서 영업 재개를 기다리던 10여 명의 고객들은 복구 예정 시간이 오전 11시30분에서 오후 1시로 늦춰지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지점 문을 나섰다.

신촌지점 고객 정창욱(25)씨는 "러시아에서 막 귀국해 현금을 찾으러 왔는데 출금이 안 돼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며 "은행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해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친척이 보낸 돈을 찾기 위해 남대문지점을 방문했던 대만인 차이치장(25)은 "서버가 다운됐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자동이체가 돼 있는 공과금이나 대출금은 마감 시간 이후 처리되므로 업무마비와 상관없이 정상적으로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 은행 전산망 툭하면 마비=국민은행 전산망은 지난해 6월과 2003년 6월, 9월에도 장애를 일으켰다. 주전산기가 고장나 모든 거래가 일시 중단된 것도 이번 사고와 마찬가지였다.

금융감독원 허세원 은행검사2국장은 "은행은 고객에게 안정적인 거래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며 "일제 점검을 실시해 최근 잇따르고 있는 전산망 마비 사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나현철.박수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