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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Online 온라인] 조회 수 느는데 체면은 무슨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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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파문을 일으켰던 전방부대 총기난사 사건 관련 기사에 붙은 댓글들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는 기사에는 하루 1000건을 훌쩍 넘는 댓글이 붙는다. 이에 편승해 이렇게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스리슬쩍 홍보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2월 배우 이은주씨의 자살을 알린 기사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기 오시면 이은주 사진 많아요" 정도는 차라리 애교. "이은주씨 미니홈피입니다…"라며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주소를 떡하니 적어놓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대체 왜 이런 생뚱맞기까지 한 댓글들이 붙는 걸까? 싸이월드에 물어봤다. 방문객 수가 많은 홈피에는 무슨 혜택이 있는지. 답변은 "전혀 없다".

도토리(싸이월드에서 통용되는 사이버머니) 포상을 한다거나, 투멤(오늘의 회원)으로 선정하는 것도 아닌데 왜들 이렇게 방문객 수에 집착하는 걸까?

신문이 열독률에, 포털 사이트가 클릭 수에 신경 쓰듯 미니홈피 주인장도 방문객 수에 초연할 수는 없을 터. 기껏 홈페이지를 꾸며 놓았는데 방문자도 없고 댓글도 안 달린다면 '왕따'가 된 느낌마저 들지 않겠나. 여기까지는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인기인으로 보이고 싶은 과시욕'이 도를 지나친 경우도 있다.

총기 사고의 장본인 김동민 일병의 미니홈피를 두고도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사고당일 김 일병의 미니홈피 주소가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접속이 폭주했었다. 하루 뒤 이 홈페이지는 박모씨라는 다른 인물이 운영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콘텐트도 모두 삭제돼 있었다. 당시 김 일병은 구금 상태여서 홈페이지를 관리할 수 없었다. 싸이월드 측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이유로 관리자가 미니홈피를 임의로 삭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김일병의 홈페이지가 가족에 의해 삭제된 뒤 박씨가 이 주소로 자기 홈피를 등록, 수만 건의 조회수를 차지하고 사건이 잠잠해지면 인기 홈피로 운영할 속셈'이었을거라 진단했다. 주인이 바뀐 이 홈피는 또 한 번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고, 박씨도 끝내 이 주소를 포기했다.

포털 측도 골치다. 네이버 관계자는 "싸이월드 주소를 홍보하며 음란물로 연결되게 해 놓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한다. "개똥녀 싸이 주소예요"같은 댓글이 폭주하면 지우느라 바쁘다. 24시간 40명이 달라붙어 댓글을 관리한다. 한때는 '싸이'를 금칙어로 정하기까지 했다.

인터넷에는 '싸이월드 조회수 올리는 프로그램'도 떠돈다. 네이버 지식검색에는 '싸이월드 방문자 수 늘리는 방법이 있다는데'라는 질문이 잔뜩 올라와 있다. "싸이월드 인기가 많아 보이게 하는 프로그램 없나요?"라는 솔직한 질문도 있다. 이런 질문에마저 "제 싸이 와보세요. 프로그램 있어요" 라는 홍보글이 달리는 것은 아이러니다.

싸이월드 측도 이 프로그램에 골치깨나 썩인 모양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아 그 프로그램요? 순식간에 조회 수가 수천 건 늘어날 정도로 비정상적이라 관리자들에게 금방 적발돼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그래도 응하지 않으면 회원에서 탈퇴시키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했죠"라고 설명한다. 홈페이지 조회 수를 늘리는 방법을 묻자 그는 "자신만의 콘텐트, 도움되는 콘텐트를 얼마나 성실하게 제공하느냐, 방문객들을 얼마나 친절하게 응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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