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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교사 23년|무학국교 한백창·송전국교 박명숙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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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결혼 10년 뒤 내집 마련>
주거의 아파트화, 가전제품의 발달 등은 주부에게도 여가가 많아졌기 때문에 직업을 갖는 기회를 주었으며 산업화 사회로 치닫기 시작한 60년대부터 맞벌이부부는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처럼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그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면서 도시의 맞벌이 부부는 현대사회의 특징적 가족형태를 이루어가고 있다.
『맞벌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가정을 지켜주어야 할 주부가 집을 비워야한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 집엔 시어머님이 계셔서 그 주부의 역할을 대신해 주었어요』
맞벌이부부 한백창 교사(50·서울무학국교 주임교사) 박명숙 교사(46·서울송전국교 주임교사)부부는 그들 가정에 시부모가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의 맞벌이가 가능했다고 말한다.
갓 결혼한 맞벌이부부의 대부분은 단촐한 핵가족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자녀를 낳고 이들을 기르며 교육시키는 과정에서 시부모 없이 맞벌이를 계속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한씨 부부의 견해.
자녀가 아주 어렸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괜찮을는지 모르지만 자라서 유치원·국민학교·중학교에 진학하는 예민한 과정을 남의 손에 맡겨놓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박씨는 설명한다.
한씨는 충남 서산이 고향. 대전사범연수과를 나와 54년부터 교직에 종사해왔으며 56년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박씨는 경남 울산이 고향으로 서울사범본과를 나온 후 56년부터 교직에 종사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57년 우신국교에서였으며 2년 후 결혼했다.

<퇴근시간은 꼭 지켜>
장남으로 부모를 모시고 있던 한씨는 결혼생활을 남의 집 전셋방에서 시작했다. 맞벌이를 계속한 것은 집마련과 자녀교육을 위한 경제적인 문제에도 있었지만 여성도 자신의 능력을 살려야 한다는 부부의 의견일치 때문이기도 했다.
이들 부부가 집을 마련한 것은 69년. 결혼 10년만에 이룬 꿈이었다.
『결혼 1년 후부터 아이들을 차례로 가지면서 우린 수입을 모아 가계부에 철저히 기록해 나갔어요. 당시만 해도 요즘처럼 집마련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한대로 10년만에 대지 50평·건평 26평의 내집을 마련할 수 있었지요.』
장남 용택군(22·서울대4년) 2남 성택군(20·연세대2년) 3남 윤택군(17·휘문고2년)을 차례로 낳으며 집마련 못지 않게 한씨 부부는 교육에도 신경을 썼다고 했다.
집에서 시어머니가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해주었지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가훈은 『친하게 지내자』라는 것으로 가족의 화목을 내세우고 부부의 출·퇴근시간이 너무나 정확해 사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부터는 어머니가 직장에 나가고 있다는 것을 모를 정도였다.

<모범가정 표창도 받아>
『맞벌이부부 가족의 어려움은 역시 자녀교육문제지요. 우리 부부는 모두 방학이라는 특혜가 있어 이 기간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한씨는 방학기간을 가족이해를 위한 기회로 삼는다고 했다. 방학 때는 가족이 모두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난다.
이 방법이 가족친화와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맞벌이를 해서 자녀교육에 이로운 점도 있다. 자녀들의 자립심이 강해지며 할머니나 어머니를 도와 살림도 곧잘 한다는 것. 청소나 설거지·손님접대 등의 일에 남녀구별이 없다. 『살림이라면 오히려 내편이 더 잘 아는 셈이지요.』
한씨는 부부가 똑같이 나가 일하면서 아내에게만 집안 일을 하라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
그래서 집안 구석구석 한씨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고 박씨는 이를 인정해준다.
가족 모두가 테니스를 하는 것도 바로 화목을 위해서다. 일요일이면 가족게임을 해 승부를 겨뤄보기도 한다.
요즘 두 사람의 월수입을 합하면 70만∼80만원. 여러 가지 생활의 편의를 위해 3년 전 39평짜리 아파트(잠실장미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가정 안의 면학분위기를 위해 부부는 늘 공부를 한다. 한씨는 지금도 건국대교육대학원에서 교육행정을 공부하고 있어 자녀들에게 학문이란 평생에 걸쳐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앞으로 며느리를 얻으면 가풍을 익힐 때까지는 모두 함께 있고 싶다는 것이 한씨 부부의 희망. 장남 용택군을 비롯한 3형제 모두가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번 정도는 모두 함께 살아 보아야만 화목믈 도모할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세대차라는 것도 이 같은 접근의 기회와 서로간의 대화로 좁힐 수 있다는 것이 한씨 가족의 일치된 의견이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도 한씨의 가정은 70년 서울시에서 주는 모범가정 표창을 받았으며 박씨는 78년 서울시교위에서 주는 효행상과 화목한 가정상을 받았다.
3대가족이 차차 거부되고있는 현대가족 형태의 과도기과정에서 한씨 일가족은 전통성과 현대성의 조화를 잘 이루어 나가고 있다. <김징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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