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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업자 전씨 어음 등 30억 맡겨|금융파동 수감자 18명의 감방 백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철희·장영자씨 부부의 사건과 관련,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18명의 영치금은 모두 5백 50여 만원. 이 영치금은 수감당시 이들이 갖고 있던 것으로 1인당 30만원 꼴이다. 은행장 2명을 포함, 굵직한 기업체 간부 등 수천억원을 주무르던 골든 컬러 범죄에 비해 영치금은 의의로 적었다는 것이 구치소 관계자들의 말. 그러나 일반 잡범들 영치금보다는 10배에 가까운 액수라는 것.
특히 사채업자 전영채씨는 30억원의 주식·어음을 특별 보관시켜 화제. 전씨는 소환당시 이를 보자기에 싸들고 검찰청에 출두하는 바람에 구치소로 넘겨진 것.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담당수사관이 『큰 죄가 아니니 잠시 고생이 되더라도 참으라』고 위로하자 전씨는 보따리를 내밀며 『수사관님이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것. 구치소 측은 일정기간이 지난 후 본인이 희망하면 이 주식 등을 가족들에게 인계할 방침이다.
이들 18명의 건강은 입감을 위한 신체검사에서 모두 정상으로 판정됐고 스스로 병사(병사)를 원하는 사람도 없었다.
임재수 전 조흥은행장은 구속전날 세브란스병원에 피신 입원했었다 하여 건강을 정밀 체크했으나 이상이 없었다는 것.
장영자 여인이 연일 계속된 철야심문으로 지친 끝에 링게르주사를 맞았다는 보도는 낭설로 이 때문에 대검찰청과 구치소 측은 진원지를 확인하느라 조그만 소동을 빚었다.
수사를 맡고 있는 대검 쪽이 먼저『심문을 위해 주사를 놓은 적이 없다』고 구치소 측으로 화살을 돌리자 구치소 측도 이를 부인, 가벼운 입씨름이 벌어졌던 것.
결국 구치소 측은 장 여인에게『언제 주사를 맞았느냐』고 확인한 결과 『주사는 무슨 주사냐』며 오히려 반문하더라는 것이다. 장 여인은 지난 4일 수감 후 5일 하루 구치소에서 쉬었을 뿐 2주 동안 밤낮 없이 불려나가 조사를 받았지만 크게 지친 것 같지 않았고 식사도 잘하더라고 한 교도관이 전했다.
다만 이철희씨가 시종 입을 열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식사를 못해 교도관들의 걱정거리.
구치소 측은 이·장 부부는 입감 때 독방에 수용하면서도 공범으로 분류, 앞가슴 미결수 번호 위에 붉은 잉크로 공범 암호표시를 해놓고 서로의 접근을 엄금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간부와 사채업자·회사간부들 15명이 하루 사이에 무더기로 입감 될 때는 모두 독방 수용이기 때문에 공범분류를 하지 않았다.
모두들 초조하고 지친 모습인데 비해 장 여인의 첫 남편 김수철씨만은 침착하고 여유 있는 몸가짐으로 대조적. 김씨는 전과가 있는 관록(?) 때문인지 가끔 웃기도 한다는 것이다.
입감자 중 공덕종 전 상은행장은 특히 침울한 표정으로 교도관들의 동정을 받고 있다. 공 행장은 연행당일 검찰청에서 철야하다 조사실 침대에 쓰러져 곤히 자다말고 벌떡 일어나 『흑흑』하고 흐느껴 울기도 했었다.
이들에겐 18일부터 모두 접견금지 조치가 내려져 일체의 면회가 금지되고 있다.
18일 상오 몇몇 가족들이 이들의 면회를 신청하자 구치소 측이 검찰에 면회 허가 여부를 질의, 접견금지 지시를 받고 가족들을 되돌려 보냈다.
구치소 측도 워낙 큰 사건의 피의자들이고 사회저명인사도 끼여있어 이들의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느라 비상근무령을 내려 만전을 기하고 있다. <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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