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나는 고백한다, 교사의 일곱 가지 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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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바보 만들기
존 테일러 개토 씀, 김기협 옮김
민들레, 168쪽, 7500원

기본 9년, 보통 12년, 선택 16년, 특수는 20년이 넘게 걸린다. 근대 학교 제도에 묶여 있는 우리 신세다. 학교가 감옥이 되고 교실이 감방으로 변한 오늘의 현실을 걱정하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간답게 잘 살려고 받는 학교 교육이 거꾸로 비인간화와 불행을 가져오는 주범으로 지적받은 지 오래다.

26년 동안 미국 뉴욕에서 교사 노릇을 한 지은이는 아예 '왜 우리는 교육을 받을수록 멍청해지는가'라고 반문한다. 뉴욕주가 주는 '올해의 교사상'을 받고 한 연설이 바탕이 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학교 교육과정이 사실은 '바보 만들기 과정'이라는 것을 각성시킨다.

종소리, 교실에 가두기, 맹목적인 줄 세우기, 동년배 모아놓기, 혼자 있지 못하게 하기, 끊임없는 감시…. 개토가 열거하는 학교제도의 특징은 그대로 교도소의 규율이다. 학교는 아이를 데려다가 지역사회의 생활 속에서 아무런 능동적인 역할도 맡을 수 없게 붙잡아 놓는다. 그가 드는 교사의 일곱 가지 죄는 혼란.교실에 갇혀 있기.무관심.정서적 의존성.지적 의존성.조건부 자신감.숨을 곳이 없다는 사실을 학생에게 주입시킨 일이다. 개성을 뿌리뽑는 학교는 "아이에게 명령을 따르는 법 말고는 가르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지은이는 목소리를 높인다.

너무 부정적인 시각에 치우쳐있지 않느냐고 되물을 독자에게 개토는 오히려 한걸음 더 나아간다."미치광이 학교와 국가 독점 교육제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교육을 삶 속으로 되돌려 놓자'는 그의 대안은 개토의 웹사이트(www.johntaylorgatto.com)에서 계속된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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