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 몰려도 … 더 못 늘리는 도심면세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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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달 16일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안에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이 개점했다. 이와 동시에 길 건너에 있던 롯데월드 면세점은 문을 닫았다. “서울에서 시내 면세점 신규 허가를 얻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기존 점포를 이전·확장했다”는 게 롯데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인 관광객(요우커·遊客)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서울의 시내 면세점은 2000년 이후 6곳으로 묶여 있다. 지난해 10월 여야와 정부가 합의해 마련한 ‘면세 산업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대책’ 때문이다.

 현재 시내 면세점은 서울(6)·부산(2)·제주(2)에 10곳, 울산·대구·수원 등 지방 도시에 7곳이 운영 중이다. 그런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른 면세점 매출이 서울·부산·제주의 대기업 면세점으로 집중되자 지방과 중소·중견기업이 반발했다. 그러자 여야와 정부가 울산·수원 등 지방 면세점 7곳의 운영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서울·부산·제주에는 신규 면세점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지방 도시 면세점이 활성화돼 서울·부산·제주에 면세점 신규 허가를 내줄 때도 중소·중견기업에 우선적으로 운영권을 주기로 했다. 이로 인해 서울·부산·제주엔 사실상 신규 면세점 허가가 막혀 버렸다.

 그런데 지난 9월 중국이 하이난(海南)섬에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열면서 비상이 걸렸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서울·부산·제주는 이미 면세점이 포화상태여서 신규 허가를 해 주지 않으면 상당수 중국인 면세 관광객을 하이난섬에 빼앗길 판국이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지난달 8일 발표한 추가 경기부양책에 ‘시내 면세점 신규 허가’를 포함시켰다. 올 9월까지 면세점 전체 매출이 58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매출 62억 달러에 근접할 만큼 면세점 사업이 무시할 수 없는 산업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만든 대도시와 지방,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상생방안에 발목이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김낙회 관세청장은 지난달 14일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면세점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해 상당한 과실이 돌아오게 하자는 정책이다. 다만 인위적으로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병혁(면세점인재개발센터 소장) 대림대 교수는 “시내 면세점 추가 설치는 대·중소기업 상생의 문제라기보다 아시아 다른 도시와 입지·환경 경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지방은 관광여건상 시내 면세점 활성화가 힘들기 때문에 신규 특허를 준다면 기존 서울·부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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