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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 사과, 한라봉 … 국산 과일의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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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경북 영주의 사과밭에서 손희모(56)씨가오메가3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손씨는 “내년에는 오메가3 함유량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수입산 과일이 이렇게 밀고 들어오니 우리 농가는 기능성 제품으로 돌파하는 수밖에요.” 지난달 28일 오전 경북 영주의 사과 밭에서 만난 농민 이재식(47)씨의 말이다. 이날 이씨 밭에서는 사과 수확이 한창이었다. 9917m²(약 3000평) 크기의 밭에 길게 줄지어선 사과 나무에는 주홍빛을 띈 사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나무 밑에는 사과의 구석구석까지 햇빛이 비치게 깔아놓은 은색 반사판이 번쩍이고 있었다.

 여느 사과밭과 다를 것 없는 풍경이지만 이날 거둔 사과는 ‘속살’이 달랐다. 이씨가 최근 개발에 성공해 올해 처음 수확하는 ‘오메가3 사과’다. 이 사과는 쇠비름을 밀폐된 용기에 넣어 고온·고압에서 태운 후 받아낸 액체를 사과 나무에 골고루 뿌려 수확했다. 최근 성분 분석과 특허를 마친 오메가3 사과는 한 개(평균 200g)당 오메가3 성분이 100mg씩 들어 있다. 이씨를 비롯한 경북 영주 27개 농가가 손을 잡고 16(5만평) 밭에서 300~400톤의 사과를 첫 수확해 11월 중순부터 롯데마트에서 판매한다.

 이씨는 “당장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중국 사과는 쉽게 수입돼도 우리 사과는 각종 해충이나 균을 핑계로 수출하기 어렵다”며 “밀려오는 수입산 과일과 높은 수출의 벽을 뚫기 위해 수년간 오메가3 사과 개발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9917m²(3000평) 규모 밭에 2500만원을 투자해 시험 재배를 했지만 첫 해에는 벌레가 들어 농사를 전부 망쳤다.

하지만 수입산 과일 유입과 시장 개방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판단에 빚을 떠안고 끝까지 매달렸다. 시장과 대형마트의 매대를 점령한 수입산 과일에 대응하는데는 ‘품질’ 이외의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수입 과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수입량이 늘면서 국산 과일은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칠레간 FTA를 체결한 2003년 당시 2억8600만달러였던 과일 수입액은 지난해 9억2900만달러로 늘었다. 롯데마트 역시 2000년 19.3%이던 수입과일 매출 비중이 지난해에는 32.9%까지 올랐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농가들에게 품종 개량은 필수가 됐다. 청견오렌지와 흥진 조생감귤을 섞어 당도를 높이고 껍질을 단단하게 만든 진지향, 청견오렌지와 마코트오렌지를 섞은 천혜향,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잡한 황금향, 한라봉과 서지향을 섞은 레드향 등이 그 결과다. 저장기간을 늘리고 당도를 높인 덕분에 국내산 감귤류 전체의 매출은 2010년 이후 감소하고 있으나 한라봉이나 진지향, 천혜향 등 새로 개발한 품종의 매출은 3~4배 늘었다.

수박의 품종 개발 연구도 한창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초록색 겉모양 대신 맛이 훨씬 단 검정색에 가까운 흑피수박을 내놔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속이 노랗고 긴 호리병 모양을 한 망고수박도 나왔다. 일반 수박보다 30% 비싸지만 올해 여름 흑피수박은 30만통, 망고수박은 4만통 이상 팔렸다. 홈플러스는 수입산 청포도에 대응해 국내산 껍질째 먹는 포도를 내놨다. 김천의 포도 농가에서 껍찔째 먹어도 안전한 고당도 샤인머스켓(청포도)과 베니바라드(적포도) 품종을 개발해 인기를 끌었다.

영주=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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