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유배지서 영어 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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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When you shall come, you shall see that I have ever loved you)."

나폴레옹이 세인트 헬레나섬에 유배됐을 때 사랑하던 여성들을 그리면서 썼던 영어 문장이다. 그가 영어를 공부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이 자료들이 영국에서 처음 공개됐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황제의 자리에 오른 지 1년도 채 안돼 1805년 영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가 트라팔가 해전에서 넬슨 제독에게 패했다. 1815년에는 워털루 전투에서 영국군에 패해 유배지인 세인트 헬레나섬에서 생을 마쳤다. BBC 인터넷판은 3일 "나폴레옹이 유배됐을 때 사전을 찾아가며 프랑스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식으로 공부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영어를 배운 이유는 "영국 신문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는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였다"고 BBC는 전했다.

유배지에 동행한 프랑스의 에마뉘엘 드 라 카즈 백작은 회고록에서 "나폴레옹은 첫 영어 공부를 1816년 1월 17일에 시작했다. 그는 학생처럼 앉아서 영어공부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지만 굳은 결심을 한 듯했다"고 썼다.

나폴레옹이 연습한 문장 중에는 당시 그의 심정이나 여성, 가족들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 많다. "너는 언제 현명해지려느냐(When will you be wise)""그러나 국경을 넘어간 후에는 현명해 질 것이다(But I shall become wise after having crossed the line)""내가 프랑스에 들어가면 나는 아주 만족할 것이다(When I shall land in France I shall be very content)""시간은 날개를 갖고 있지 않다(The time has not wings)" 등이 그 예다. "여자들은 자신들이 영원히 아름다울 것이라고 믿는다"(The women believe they (are) ever prety)와 같이 철자법이 틀린 것도 있다.

역사학자인 피터 힉스 박사는 "나폴레옹을 반드시 반영국적 인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다만 영국이 프랑스의 적이었기 때문에 전쟁을 해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료들은 파리의 나폴레옹 재단이 소장한 것들이다. 7일 런던의 국립 해양박물관에서 개막되는 넬슨 제독 트라팔가 해전 사망 200주년 기념 '넬슨과 나폴레옹 전시회'에서 전시된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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