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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에 2백87배큰 "속성"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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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3년동안 극심한 불황에도 건설업계만은 꾸준히 지속성장을 해왔다.
건설업체들은 해외건설에 힘입어 초대형화 추세다.
최근 건설부가 지난 80∼81년 2년동안의 공사실적등을 기준으로 결정한 82년도 업체별 도급한도액에 따르면 1천억원이 넘는 업체가 22개사나 됐다. 작년의 14개사에서 무려 8개사나 는것이다.
국내건설경기는 부진했지만 해외건설수주가 많았기 때문이다.
도급한도액 랭킹1위를 차지한 현대건설은 올해 도급한도액이 무려 1조3백27억원으로 1조원대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해외건설·국내건설을 가리지 않고 달러로 환산하면 건당 15억달러 상당의 공사를 맡을수 있는 것이다.
15년전인 67년 도급순위 1위를 기록한 현대건설의 도급액이 36억원, 10위인 신흥건설이 8억6천만원이었으니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해도 격세지감이 있다.
현대의 도급한도는 15년간 무려 2백87배가 늘어난 것이다.
또 한도액이 30억원이상 50억원이하의 중상위권업체수도 지난해보다 27개사가 증가한 1백13개사에 달했다.
이처럼 건설업체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건설공사가 발판이 되었다.
81년 한햇동안의 총공사실적(5백5개업체)은 9조7천5백24억원으로 80년보다 43.7%가 증가했다.
이중 해외공사의 비중이 63.9%로 5조9천4백70억원. 이는 80년에비해 59.7%나 신장된 것이다.
건설업체판도는 해외건설공사실적에 좌우된다.
따라서 업계의 관심도는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작년에만도 구자경럭키회장, 양정모국제회장등 그룹회장들이 열사의 현장에 다녀왔다. 이병철삼성회장은 특별팀을 파견, 현지의 현황을 자세히 담은 비디오를 보기도했다.
올 도급순위를 눈여겨보면 2, 3년대후반부터 2, 3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던 대림과 동아가 이번에도 순위가 바뀌어 대림이 2위를 차지했다. 동아는 해외건설수주가 부진, 처진 것이다.
4∼7위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한국중공업·한양·대우·삼환기업이 차지했다.
상위랭킹은 불변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중공업이 공사실적이 없으면서도 4위를 고수한 것은 도급한도 계산방식에서 덕을봤기때문.
공사실적이 없을때는 도급한도액을 자본금과 준비금을 합한액을 기준으로 정해주게 되어있다.
한국중공업은 자본금이 무려 3천3백억원, 준비금이 4백75억원이나 된다.
대우가 지난해 막대한 해외공사를 수주했으나 6위에 머문것은 도급한도액 산정기준이 최근2년간의 실적, 그것도 기성고를 기준으로 하기때문이고 내년에야 작년의 실적이 반영될 것이다.
한편 해외건설에 주력한 공영토건은 18위에서 12위로, 유원건설이 26위에서 21위로 올라섰고 쌍용종합건설·대한전선·대한조선공사·한보종합건설·신동아건설등이 부상했다.
이에반해 아파트등 국내건설에 치중한 한라건설·극동건설·삼부토건·라이프주택·삼익주택·우성건설등이 뒤로 밀렸다.
건설업체라고해서 모두 성장가도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약육강식이 철저하여 부심이 심한 업종이 바로 건설업이다.
67년도 도급순위 10위안에 들었던 업체중 화일산업, 풍전산업, 신흥건설등을 비롯해 많은 업체들이 사라졌거나 명맥만 유지하고있다. 건설업종도 때를 잘타야한다.
60년대는 본격 추진된 고속도로 건설등 각종 사회간접시절 확충이, 70년대에는 중동건설붐이 사세를 좌우했다.
또 77∼78년에는 국내 아파트투기등 부동산경기때 크게 한목을 벌어 커진업체도 있다.
건설업계의 판도가 잡히기시작한 것은 월남에 진출한 65년전후였다. 70년대초부터는 건설업을 모기업으로 성장한 재벌그룹들이 속속 탄생했다.
이들 재벌기업들은 건설에서 번돈으로 타업종에 손을 뻗쳤으며 재벌기업중에는 한발 늦게나마 건설업에 진출한 경우도 많았다.
현대·대림·동아·한양등이 전자에 속하고, 삼성·대우·럭키·국제등이 후자에 속한다.
특히 해외건설경기가 절경을 이루었던 2년동안 국내40개 대기업들이 50개의 건설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아파트등 국내경기가 싸늘하게 시었고 해외건설도 노다지시장만은 아니다.
원유의 감산·유가인하등으로 중동경기가 시들고 있다. 건설업계에 또다시 구획정리시대가 올지 모른다. <박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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