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고지서에 산출근거 안밝히면|과세처분자체가 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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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무당국이 납세자에게 보낸 납세고지서에 세액의 산출근거를 명시해 알려주지 않았을 경우 그 과세자체가 위법이고 잘못된 것이므로 세금부과처분은 취소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특별부 (주심 이정우대법원판사)는 24일 재단법인 정자공원묘원 대표 조상현씨가 한강세무서장을 상대로낸 갑종근로소득세등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밝히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던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이 판결은 지금까지 세무당국에서 납세고지서를 발부할때 거의 산출세액근거를 기재하지 않고있던 「소홀한 세무행정」에 쐐기를 박은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인정과세의 경우 세무공무원이 납세자가 없는 사이에 세무자료를 조사, 과세액을 결정한후 고지서를 발부하는 사례가 잦아 이의 신청요소가 많은 점에 비춰 세액산출근거를 밝혀야만 유효한 고지서로 볼 수 있다고 명시한 대법원의 판결은 조세행정의 공정과 납세의무자의 보호를 위해 주목되는 판결로 꼽히고 있다.
정자공원묘원대표 조씨는 한강세무서가 79년3월20일 법인세 7백40만l천9백32원,79년6월30일 갑종근로소득세 9백65만2백77원을 부과하자 이에 불복, 서울고법에 행정소송을 냈었다.
조씨는 솟장에서 국세징수법 제9조에는 국세를 징수할때 납세자에게 그 국세의 과세연도·세목·세액및 산출근거·납부기한·납부장소등을 명시한 고지서를 발부하도록 되어있는데도 한강세무서가 발부한 고지서에는 산출근거가 공란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 부과처분은 무효라고 주장했었다.
조씨는 또 당시 공원묘원의 사업이 부진해 폐업상태였는데도 이처럼 세액이 많은 것은 근거과세주의에 위배되는 부당한 과세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피고인 세무서측은 관계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공원묘원의 거래장부를 보고 세액을결정한 만큼 고지서에 산출근거가 기재되지 않았다는 사소한 이유로 명백한 납세의무를 기피하는것은 잘못이라고 맞섰었다.
원심인 서울고법은『조씨가 송달받은 고지서에는 산출근거만 누락됐을뿐 나머지 항목(과세연도·세액·세목·납부기한·납부장소등)이 모두 기재되어 있으므로 기재사항만으로도 조씨를 납세의무자로한 구체적인 과세처분이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고 산출근거의 기재누락만으로 부과처분이 무효가 된다거나 취소가 될 하자가 있다고는 보기어렵다』고 조씨의 청구를 기각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세징수법상의 고지서 항목기재는 훈시규정이 아닌 강제규정이라고 못박고 『산출근거를 고지하는 것은 처분청의 자의를 배제하고 신중하고도 합리적인 처분을 하도록 함으로써 조세행정의 공정성을 기함과 동시에 납세의무자에게 부과내용을 상세히 알려 불복여부의 결정및 그 불북신청에 편의를 주기위한 것이므로 고지서에 산출근거가 누락됐다면 과세처분 자체가 위법이고 하자있는 처분으로 취소돼야한다』 고 파기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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