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찰을 팝니다〃|종교주간지에 매매광고 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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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교회를 팝니다』『사찰을 양도합니다』-. 세속의 이해로는 소설이나 영화의 제목을 연상케 하는 종교주간지 등에 실린 광고들이다.
이들 광고는『급보』라는 제목에 종교건물의 평수·구조·신자 수·조직기구·원 매자· 전화연락번호 등이 상세히 적혀있는 게 통례다.
종교의 세속화한 상업주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말세풍조의 한 단면이다. 인류구원의「소금」과「빛」이 되리라는 종교의 신성성을 의심케 하는 이 어두운 구석의 종교현실-.
종교주간지인 B신문의 지난주4면 광고란엔 무려 8개의 종교부동산 매매광고가 실려 있다.
교회건물·수양 관의 양도 및 임대로부터 교회버스 양도광고까지 아주 다양하다. 광고제목의 괄호 안에는 유치원도 가능하다는 솔깃한(?) 유인은 물론 대지의 평당가격·「교환가능」등의 친절한 안내 부연설명도 들어있다.
버스양도 광고는『아세아 78년 식 40인 석』이라는 설명이다. 또 모교회의 양도광고는 『D아파트단지 내 6천3백 세대 지역』이라는 선전이 곁들여있고….
박성경 원불교 서울교당교감은『어느 분이 한 종교건물을 사라고 하는데 사도 좋겠느냐는 상담을 해와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안 사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신도들의 어려운 성금으로 건립된 성전 등이 스스럼 없이 매매되는 풍조는 무엇인가 크게 잘못됐다고 분노했다.
불교 사찰매매의 광고 실태도 마찬가지다. 지난주의 J종교주간지의 광고란-.
이주간지의 2개 사찰 양도광고는『현재 신도 6백 여명』『현 싯가 2억원 이상』등의 선전내용에『대 불사로 인해 발생된 부채정리를 위해 사찰을 팔려한다』는 안내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물론 이들 사찰은 정부의「불교재산관리법」에 묶여있는 고찰이나 등록사찰이 아니고 미등록개인사찰임에 틀림없다.
성갑식 목사(대한기독교 서회 총무)는『신학적으로 볼 때 교회는 하나님의 몸이기 때문에 상업적인 매매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교회란 특정교역자의 사유물이 될 수 없는 것이고 신자와 사회의 공유재산일 뿐이기 때문에 일부 몰지각한 투기적 매매행위가 있다면 이는 하나님을 거역하는 대역의 죄일 뿐만 아니라 종교풍토를 흐리는 중죄로 엄벌돼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부동산 매매와 투기경향이 일기 시작한 것은 경제성장정책이 최우선적으로 추진되던 7O년대 후반부터였다.
문제의 심각성은 양적 팽창과 물질의 풍요만이 인간최고의 가치로 쳐주는 풍조에 오염되고만 일부 종교계의 탈선이 세속의 부동산투기에 영합, 종교 부동산매매를 공개화해 버렸다는 점이다.
심한 경우 장로·거사들까지도 개인적으로 교회나 암자를 건립, 목사와 스님을 고용해 영업적인 종교사업을 벌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또 종교건물은 신자 수와 주일 헌금 액, 불전 수입 등에 따라 프리미엄이 붙고 광고를 통한 공개매매가 성행되고 있다.
교계일각에서는 오래 전부터 종교부동산의 보호와 혼탁한 기업화를 막기 위한「종교법인 법」의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 같은 요망은 최근 카톨릭과 개신교가 각각 한국선교 2백주년, 1백주년을 앞두고 물량 주의적인 팽창을 심각하게 자성하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기도 하다.
오태정 신부(한국천주교 2백주년기념 준비 위 사무국장)는『종교란 가난해야 만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교회나 사찰의 매매는 종교본래의 영역을 이탈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종교의 세속화 풍토는 어떠한 명분과 변명으로도 호도 될 수 없는 심각한 것일 뿐만 아니라 각성과 참회가 요망되는 오늘의 종교적 현실의 한 단면이란 점에서 근본적인 시정이 시급히 요망된다는 것이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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