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당권 전초전 … 정세균 “내가 여당 대표 넷 아웃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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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세균, 문재인, 박지원.

23일 강원도 홍천군 대명비발디 리조트에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이 나타났다. 당 비상대책위원인 정 의원이 정기국회 도중임에도 평일에 리조트에 모습을 보인 이유가 있었다. 이날 시작된 ‘새정치민주연합 전국 기초의원 연수’의 첫 강연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강당엔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새정치연합 소속 강원도·인천·충청 지역 기초의원 104명이 모여 있었다.

 “저는 당 대표를 하면서 저쪽(새누리당 전신 한나라당)을 2명 아웃시켰고, 원내대표를 하면서도 2명을 아웃시켰다.” 정 의원의 이 말이 떨어지자 박수가 나왔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한나라당 박희태·정몽준 전 대표와 김덕룡·강재섭 전 원내대표를 실명으로 거론했다. 자신이 대표이던 2009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박희태 대표 체제의 한나라당을,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정몽준 대표’의 한나라당을 이겨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또 자신이 대표 또는 원내대표를 할 때 행정수도특별법·사립학교법 협상에서 입장을 관철시켜 김덕룡·강재섭 전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했다는 주장이다.

 정 의원은 “위기는 선거에서 지면서 나온다. 나를 흔드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에 (나는) 당 대표 임기를 다 채웠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두 번째 당 대표(민주당)를 맡았던 때의 얘기를 부각했다. “2008년 7월 6일 전당대회에서 제가 당 대표가 됐는데, 당시 우리 당 지지율은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저는 공천을 정말 바르게 했다. ‘친한 사람’을 배제하고 이길 사람을 공천해 (2009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했고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도 대승했다. 근래 들어 가장 큰 승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이 언급한 공천을 주지 않은 ‘친한 사람’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7·30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당이 혼란에 빠진 것과 자신의 실적을 대비시킨 거다. 그는 “제가 합리적인 사람이지만 싸울 때는 제대로 싸운다. 싸우지 못하면 야당 지도자가 못된다”고도 했다.

 주제는 ‘현 정세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진로’였지만 이날 정 의원의 강연은 입후보자의 연설에 가까웠다. 기초의원은 전당대회 대의원이면서 지역에 영향력이 크다. 그런 기초의원들 앞에서 사실상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기초의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은 앞으로 네 번 남았다. 그중 두 번은 비대위원 가운데 문재인·박지원 의원이 나선다.

 기초의원 연수를 시작으로 사실상 문재인·정세균·박지원 3인의 전당대회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다.

 친노진영 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의원은 28일 충남에서 전국의 광역의원 349명을 만난다.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비노진영의 당권 주자인 박지원 의원은 11월 7일 서울·경기도 지역 기초의원 424명 앞에서 강연한다.

 비대위 핵심 관계자는 “강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문·정·박 의원 측이 서로 강의를 맡겠다고 나섰다”고 전했다. 중도파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영환 의원은 “전당대회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비대위원들이 몇 개월 전부터 강연 등을 통해 예열(豫熱)을 하는 건 불공정 경쟁”이라고 주장했다.

홍천=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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