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 55년 역사가 한눈에|방송인 유병은씨가 설립한 「청원방송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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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해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방송전파를 발사한지 55주년을 맞아 한 뜻 있는 방송인이 방송박물관을 설립, 개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전KBS대전방송국장 유병은씨(65·현 천록 레저 고문). 유씨는 우리 나라 방송발달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방송초기 기재에서 현재의 프로그램 진행표에 이르기까지 자료를 모아 서울강남구 반포2동 주공아파트228동102호에 4평짜리 방 한칸을 정리, 청원방송박물관을 설립한 것.
유씨가 방송자료수집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해방되던 1945년 직후.
급격한 정치적 변혁기를 맞아 당시 방송 기재들이 하나 둘씩 고물로 처리되던 것을 구입해 보존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가 KBS에 입사한 것은 1942년입니다. 1927년 2월16일 라디오 5대를 가지고 처음으로 방송을 시작한지 꼭 15년이 지난 후였지요. 사실 입사초년부터 방송 기재들이 새 기재로 대체되어 고물처리 되는 것을 보고 무척 안타까왔읍니다.』
유씨는 JODK(KBS초창기 호출보호 시절 사용했다는 마이크를 어루만지며 방송박물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유씨가 박물관에 모아둔 초창기 기재들을 보면 최초 테이프 녹음기 원판녹음기 광석수신기 뉴트로다운 삼구수신기(진공관식 라디오) 스무고개 키박스 조선 총독부에서 발행한 방송서류 라디오 청취증 등 총 4백여 점.
유씨는 지금까지 모아온 방송 기재들로 설립한 청원방송박물관을 일본의 NHK방송박물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꿈이라고. 일본은 방송 30주년(1955년)을 맞아 최초 전파발사지점에다 박물관을 설립, 후배들이 방송발달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도 가능하면 정동방송국시절의 대지를 구입, 방송박물관을 세우면 좋을 것이라고 자신의 의사를 피력, 만일 정부나 KBS가 방송박물관을 설립한다면 언제라도 지금까지 모은 기재를 모두 희사할 것이란다. <전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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