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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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9면

○…일본 최후의『헝그리 복서』로 불리는 흑인혼혈인「이시이」는 경기가 끝난 뒤 래커룸에서 많은 일본기자들에게 『타이틀을 따내 홋까이도에서 고생하는 성민(고2) 정광(중3) 두 동생을 편하게 해주려고 했는데…』하며 말끝을 흐렸다.「이시이」는 4년 전 사별한 어머니의 큰 초상화를 들고 입장, 결의를 보이기도 했었다.
이는 지난1월 마닐라에서 최충일의 도전을 받은「나바레테」(WBC슈퍼페더급챔피언)가 두 살 난 아들을 안고 링에 올라 투지를 불태운 장면을 연상시켰다.
○…통렬한 KO승이 나왔지만 이날 주최측의 경기진행은 유례 없이 엉망진창을 이뤘다. 난방이 안 돼 섭씨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 관중들은 떨어야 했으며 더운 나라인 멕시코에서 온「솔리스」주심은 와이셔츠차림이어서 오들오들 떠는 모습이 보기에도 안스러웠다. 특히 주최측은 세미파이널경기가 7시15분에 끝났으나 일본 아사히TV의 중계시간에 맞추어야하기 때문에 15분간 기다려달라고 수차 방송, 4천여 관중들을 분격시키기도.
한국복서가 챔피언이고 한국에서 벌이는 경기를 일본측에다 맞추고 있으니『주최측은 중계료를 얼마나 받았기에 이같이 저자세냐』는 것이 추운 날씨 속에 모처럼 타이틀전을 보러온 관중들의 불만이었다.
이날 아사히TV의 중계는 전 세계 주니어라이트급챔피언인「누마다」가 해설을 했는데 KO패로 끝나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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