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놀이터가 '작품'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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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개성 놀이터들이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 윗잔다리공원 안 상상놀이터.

뛰고, 구르고, 숨바꼭질에 정신없는 한나절을 보내면서 아이들은 쑥쑥 자란다. 이런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들도 마음이 뿌듯하다.

컴퓨터 게임 등에 밀려 한동안 잊혀져 가던 동네 놀이터가 되살아나고 있다. 삭막한 모래땅에 녹슨 미끄럼틀과 놀이기구 몇 개가 전부였던 놀이터가 기발한 상상력과 독창성을 담은 놀이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대표 주자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 들어선 '상상 놀이터'. 마포구와 갤러리 아트링크가 공동으로 기획해 지난 달 문을 열었다. 하이힐 모양의 미끄럼틀, 발바닥 모양의 미로 등 미술가 여섯 명이 만든 '미술 작품 같은 놀이기구'가 눈길을 끈다. 귀 모양을 본 떠 만든 소리 체험기구, 신체 모양에 맞춘 원색의 퍼즐의자, 배수시설을 갖춘 모래 놀이터 등은 아이들의 오감발달을 세심하게 고려한 결과물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처음 접하는 신기한 놀이기구가 많아서인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좋아한다"며 "다른 지역 주민들도 놀이터를 찾아 올 정도"라고 말했다.

기획을 맡은 아트링크의 큐레이터 장정화(38)씨는 "초등학생인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뛰놀 만한 공공장소가 없다는 게 아쉬워 놀이터 작업을 시작했다"며 "제대로 만든 놀이터는 아이들의 정서.두뇌.신체의 고른 발달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아트링크는 마포구에 이어 환경재단의 지원을 받아 소외지역에 창의성이 담긴 상상 놀이터를 보급할 예정이다.

다른 구들도 낡은 놀이터 정비에 한창이다. 양천구는 최근 38개의 어린이 공원을 정비해 말끔한 가족 공원으로 바꿨다. 송파구도 관내 21개 어린이 공원을 '테마가 있는 놀이터'로 바꾸고 있다. 이 가운데 문정동 '폐타이어 공원'은 타이어를 재활용한 다양한 놀이기구를 도입해 서울의 대표적인 환경 놀이터로 자리 잡았다. 관악구도 최근 5억5000만원을 들여 신림동 남강어린이 공원을 리모델링했다.

건설사들도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에 흥미로운 놀이터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입주한 강서구 내발산동 현대타운에는 달팽이.나비.해 등을 그린 알록달록한 고무칩 바닥에 원목으로 만든 비행기 모양의 놀이기구를 갖춘 놀이터가 등장했다. 지난해 입주한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 아파트는 단지 안에 물놀이장과 함께 배 모양의 놀이기구가 있는 '물 위의 놀이터'를 설치해 인기가 높다.

서울 문화재단의 오진이 부장은 "놀이터는 지역의 문화와 교육이 함께 호흡하는 곳"이라며 "안전하면서도 창의적인 놀이터는 도시의 문화 수준을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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