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정밀 폭격하는 제한적 군사조치를 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를 정권교체를 겨냥한 전면전으로 인식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미국의 냉전시대 역사 전문가들이 주장했다. 이들은 또 "북한의 체제 불안감이 핵개발의 핵심 동기"라며 "북핵 문제의 열쇠는 미국의 대북 체제 보장에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 국제냉전사프로젝트(CWIHP)의 한반도 책임자 캐서린 웨더스비와 로버트 리트웍 연구원은 옛 소련과 동독 등에서 입수한 각종 외교문서를 근거로 북한의 핵개발 요인을 분석, 12일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했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김일성은 1963년만 해도 평양 주재 소련 대사에게 "북한이 산악 국가임을 감안할 때 우리를 핵무기로 파괴하려면 다량의 원폭이 필요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86년 10월 에리히 호네커 전 동독 공산당 서기장과의 회담에선 "주한미군이 보유한 핵무기 1000개 중 2개만으로도 북한을 충분히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세적 입장을 보였다.
CWIHP가 입수한 외교문서에는 북한이 63년 동독 대사에게 "핵무기와 관련된 어떤 기술이든 전수해 줄 것"을 요청한 내용도 들어 있다. 76년에는 소련이 북한의 핵개발 기술 제공을 거부하자 북한의 부총리급 인사가 크렘린을 겨냥해 "최전선 국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 또 북한이 소련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 달라고 끈질기게 졸랐으나 모스크바는 북한의 핵개발을 우려해 오히려 북한에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을 권유한 사실도 포함돼 있다.
최원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