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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린 기대에 비해 선택폭 좁아 고심|「1.14」조치의 산실을 들여다 보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새 경제팀은 찌든 호두알처림 깊게 골이 팬 경기를 살리기위해 지난 4일 임명장을 받은 직후부터 활성화대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 시대를 극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실물경제팀장으로 입성한 김준성부총리는 취임하루전부터 정책구상에 들어갔다.
신병현전부총리가 작년말건설부와 협의해 총리실에 올렸던「서민주택 임대업 육성방안」이 미처 햇빛도보지못한채 후임 김부총리 손으로 되돌아 갔었다.
김부총리는 5일 신임유창순국무총리와 오찬을 나눈뒤 곧 관계부처 국장급실무자회의를 소집케 해서 현재의 안정기반을 흐트리지 않는 범위에서 경기활성화대책을 논의하도록 지시했다.
이들은 장·차관실과 기획국장실을 옮겨가면서 경기진작책의 최대허용수준을 탐색, 7일 오후에 각부처별방안을 기획원에 서면재출했다.
주택자금 방출규모와 국민주택금리 인하폭등에 대해 미처 매듭을 짓지못했던 재무부는 8일아침에야 제출을 서둘렀다.
상공부는 방위산업체의 채무상환 유예와 달러당 수출금융 융자비중을 대폭 인상하는 내용을 제시했으나 실무자급 회의에서「안정」을 해친다는 이유로 모두 삭제했었다.
1가구2주택을 무기한 허용하자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이는 경기부양이 아니라 부황기가 있는 대책이라는 질책을 면치못해 당초부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보다 앞서 김부총리는7일하오 경제및 사회부처장관들과의 한일경협문제논의가 끌난뒤 나웅배재무·서석준상공장관등과 별도로만나 주택경기및 수출지원등에 관해 오랫동안 숙의를 가졌다.
김부총리는 그의 등장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너무 큰데 놀라『어떻게하면 좋으냐』고 초조감을 감추지 못했으며 8일부터는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사절하는가 하면 관계장관들과의 만남이나 공식 협의회까지도 아예 일정에서 삭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했다.
기획원 청사에 각부처 장관들의 승용차가 몰려들자 실무자들은 한일경협에 관한 대외비회의라며 기자들을 따돌렸다.
김부총리는 여러가지 경기대첵에 대한 효과를 어떻게 예측하느냐고 관계자에게 질문, 동참의 대열에서 정책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독특한 통솔력을 구사했다.
1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주택경기를 중심으로한, 활성화 방안을 실물경제팀의 선물주머니로 내놓을수 있었던것은 그들자신들의 고백처럼 국민의 기대에 짓눌려 쫓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부총리는『실물팀이 내놓는것이 겨우 이거냐』하는 비난이 있다하더라도『어쩔도리 없다』면서 안정기반 위의 정책선택폭이 너무 좁더라고 말했다.
13일상오 김경제팀은 완성된 당면경제활성화방안을 민정당에 신속히 브리핑, 예전에 없었던 원활한 당정협의체제를 솔선수범하려는 눈치였다. 이날하오 청와대 보고에서 전두환대통령은 경제문제를 위기의식을갖고 해결하라는 지시를 한것으로 알려졌다.
새 경제팀은 이제 기업에 옳은것을 요구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기업지원을하면서 재무구조 개선등을 강력히 요구할 태세다. <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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