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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산책] 공연 무대에서 뽐내는 할리우드 스타 숨은 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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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카고'를 본 관객들이라면 캐서린 제타 존스가 "춤을 저렇게 잘 췄나"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더러 있을 것이다.

캐서린 제타 존스는 영화배우로 유명해지기 전 댄스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다. 비록 영화이긴 하지만 뮤지컬의 형태를 띤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캐서린 제타 존스의 춤실력을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처럼 할리우드 배우들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끼를 발산하는 것을 즐긴다. 특히 영화.TV 등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공연 무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나는 이런 능력도 있소"라고 자랑하는 일은 이곳에선 흔하다.

이들이 출연료와 상관 없이 공연 무대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은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 느끼고 자신의 연기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받고 싶어서다. 거꾸로 관객들은 대스타의 얼굴을 코 앞에서 보는 기쁨을 누리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볼 수 있는 유명 배우라면 단연 알 파치노다. 수십억원대의 출연료를 받는 일급 영화배우 알 파치노는 수익으로 따지면 10분의 1도 채 안되는 브로드웨이 및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꾸준히 선다. 그는 현재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를 낭독하는 무대에 서고 있다.

헬렌 헌트는 연극 '아트'(Art)의 작가인 예스미나 레자의 신작 '인생 곱하기 삼'(Life ×3)에 출연하고 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뮤지컬 '나인'(Nine)의 주연을 맡아 평생 소원인 브로드웨이 무대 진출의 꿈을 이뤘다. TV 인기 드라마 '앨리 맥빌'에서 일레인 역으로 나오는 제인 크라코스키도 '나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5월부터는 영화배우 멜라니 그리피스가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역으로 데뷔한다. 이로써 남편인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더불어 부부가 동시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진기록이 펼쳐지게 됐다.

브로드웨이 작품에 유명 배우가 출연할 경우 언론과 팬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다. 흥행의 반을 미리 예약해둔 것이다. 반면 이들 스타들은 대부분 더블 캐스트(배역을 두 명이 맡아 번갈아 출연하는 것)로 무대에 서기 때문에 이들이 나오지 않는 날 예매를 한 관객들은 작품 자체에 실망할 확률도 높다. 또 스타의 계약 기간이 끝난 후의 공연은 작품의 수준과 상관 없이 관객수가 줄어든다는 선례도 있다.

뮤지컬에 미치는 이런 영향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유명 스타들은 브로드웨이에 끊임없이 노크를 한다. 그것이 브로드웨이를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는 견인차가 되고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www.nyl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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