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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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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1면

화각(화각 또는 화각)은 나전칠기와 더불어 독창적인 기법을 가진 우리 고유의 전통가구로서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정확한 기원을 밝힌 자료가 없지만 일본 정창원(정창원)에 있는 유물중에 한국의 화각으로 만든 자(척)가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낙랑시대나 신라시대에도 있었다고 추측된다.
화각공예의 기법은 중국당나라의 대모(대모·거북등껍질)의 북체기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며 고려시대의 나전칠기 공예에서 기법이 발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모를 구하기 힘든 우리나라에서는 소뿔을 사용하였던 것 같으며 한국의 소뿔은 대모보다 오히려 투명도가 높고 표면 광택이 은은하여 색체가 선명하면서도 품위가 있고 아름답다.
주로 규모가 작은 머릿장·애기장 같은 수납가구나 자·실패·보석함등의 소도구에 쓰여진 화각은 색채의 밝고 화사함이 안방용 가구로서 여성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1889년 파리 박람회에 출품된 화각 보석함은 아름답고 독특함이 세계인의 눈길을 끌어 찬탄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 목가구의 형태미는 우수함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화각장의 경우 형태의 세련미에 색체의 아름다움까지 곁들여 외국인들의 찬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문양은 이조시대는 일반적으로 널리 쓰였던 십장생 화조문양이 사용되었고 흔히 흑백의 골선으로 테두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근대에 와서는 우리의 토속적인 풍속화 또는 민화나 평생도등이 풍자적으로 표현되고 외국인이 즐겨 찾고있어 우리의 아름다음을 외국에 수출하고있다. 화각공예의 기법은 젊은 수소의 뿔을 양쪽 끝은 잘라 버리고 가운데 투명한 부분만을 사용하는데 이것도 더운 지방의 소뿔보다는 추운지방의 뿔이 단단하여 좋다고 한다. 통 모양의 투명한 부분을 톱으로 자른 다음 열과 압력을 가해 뿔판을 만들고 연마를 해서 얇은 각지를 만들어 여기에 당채로 문양을 그려 아교로 가구제품에 부착시키고 마지막으로 광택을 내어 마무리한다.
문양을 그릴 때 사용하는 안료는 당채라 하여 중국에서 나는 석채를 사용한다.
주로 적 황 청 자 흑 백색등을 많이 쓰며 자연안료이므로 오랜 시일이 지나도 변색이 되지 않고 고운 빛깔이 그대로 간직된다.
이조시대의 화각장은 이러한 석채를 사용하고 가구목재도 괴목·향나무 또는 결이 고운 배나무를 사용하여 상당한 고급가구로서 궁중이나 상류층에서 사용되었다.
화각공예는 복잡한 제작과정을 거치며 숙련된 솜씨와 정밀함을 요하고 하나 하나손으로 해야하는 까닭에 대량 생산이 어려워 자연히 고가품이 되며 또한 소뿔은 온도의 변화가 심하거나 적당한 습도가 유지되지 않으면 각지에 금이 가기 때문에 보관에 주의를 해야한다.
요즘은 비싼 석채를 사용하는 대신 인공안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가격이 저렴한 반면 10여년 경과하면 퇴색할 우려가 있다.
김복수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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