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의원 인신공격 품위 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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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얼굴)대표권한대행은 27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고영구(高泳耉)국정원장을 임명한 것과 관련, "盧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여한 정보위원들의 전력을 거론하며 직무를 수행한 개별 국회의원에 대해 인신공격성 모욕을 가한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완전히 상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朴대행은 盧대통령의 발언 취소와 해명 및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高원장의 임명은 핵심 요직에 이념 편향적인 인사들을 포진시키려는 시나리오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지금이라도 高원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朴대행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국회의 판단에 대해 盧대통령이 월권이라고 비난한 것은 국회 위에 군림하겠다는 독선"이라고 주장했다.

盧대통령은 지난 25일 高원장을 임명하면서 국회 정보위원들을 겨냥, "국정원이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할 때 행세하던 사람들이 (高원장에게)색깔을 씌우고 있다"고 반박했었다.

朴대행은 또 서동만(徐東晩)상지대 교수의 국정원 기조실장 임명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가 연속적으로 최악의 수단을 선택한다면 국민은 국정원을 더 이상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국가기관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朴대행은 이에 따라 "5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4개 특수직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청문회법을 개정하는 등 원내 투쟁을 강화하고, 투쟁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2단계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내 투쟁엔 高원장에 대한 사퇴권고 결의안을 내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朴대행은 그러나 2단계 투쟁이 '장외 투쟁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엔 언급을 회피했으며, 원내 투쟁 때 추경안 등 민생 관련 예산과는 연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민영삼(閔泳三)부대변인은 "우리 헌정사에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고 대통령을 깔보는 정당이 어디 있었느냐"며 "자기들 마음에 안 든다고 청문회법을 고쳐 대통령의 고유 인사권까지 침해하겠다는 것은 무도한 오만과 횡포의 정치"라고 반박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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