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야속했던 장대높이뛰기 銅 진민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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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간새' 진민섭(22·인천시청)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장대 높이뛰기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진민섭은 28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5m45cm를 넘어 3위에 올랐다. 1차 시기 만에 5m45cm를 넘은 진민섭은 같은 기록을 세운 양양성(중국)을 시기 차로 제쳤다. 아시아 랭킹 1위 쉬창루이(중국)가 5m55cm를 기록해 금메달을 따냈다.

장대 높이뛰기는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육상이 자주 메달권에 진입했던 종목이었다. 4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김유석이 은메달을 획득한 것을 비롯해 역대 7개 메달(은2·동5)을 획득했다. 그러나 금메달은 아직 한번도 없었다.

진민섭이 그 한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됐다. 진민섭은 한국 육상의 최대 기대주였다. 2009년 7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청소년육상대회에서 5m15㎝를 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해 5월 대만오픈에서 5m64㎝로 개인 첫 한국 기록을 작성했다. 이어 지난 5월 부산국제장대높이뛰기대회에서 5m65㎝를 기록해 1년 만에 자신이 보유했던 한국 최고 기록을 작성했다.

최근에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정범철 장대높이뛰기 대표팀 코치는 "“4년 전 아시안게임 금메달 기록이 5m50㎝밖에 안 됐다. 한국 최고 기록을 세운다는 전략으로 준비하면 충분히 금메달을 따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진민섭도 "경기 몇 주 전까지 컨디션을 100%로 끌어올리겠다. 자신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 당일 장대비라는 변수가 발생했다. 진민섭이 처음 도전했던 5m35cm를 뛰었을 때만 해도 장내엔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5m45cm을 도전할 때 즈음에 갑자기 경기장 내에 빗방울이 거세졌다. 진민섭은 5m에 이르는 장대가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수건으로 감싸기도 했다.

결국 이 비가 진민섭의 발목을 잡았다. 진민섭은 5m55cm를 한차례 도전한 뒤 실패하고는 곧바로 5m65cm를 과감하게 시도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컸다. 그러나 5m65cm를 3차례 모두 실패했다. 만약 3차례 시기 안에 성공했더라면 진민섭이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

경기 후 진민섭은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비가 와서 트랙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도 다 똑같은 환경이다. 굳이 변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금메달 기록이 단 10cm밖에 안 났던 만큼 진민섭으로서는 갑자기 내린 장대비가 야속할 수밖에 없었다.

인천=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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