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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회장, 일「다이어먼드」지와 인터뷰|″일의 대한경협 60억불|터무니없는 것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병철삼성회장은 60억달러의 대한경협은 결코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므로 일본은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의 경제주간지 「다이어먼드」는 한일각료회담을 앞두고 한일관계를 특집하면서 이회장과의 인터뷰기사를 3폐이지에 걸쳐 실었다. 이를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주> 일본의 1인당 GNP는 미국의80%를 넘으며 경제대국으로서 풍요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도 방위문제만은 타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이상스럽다. 한국이 경제적 곤란을 무릅쓰고 GNP의6%를 방위비로 쓰면서 60만대군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북쪽의 위협 때문이다. 2차대전의 패전으로 독일은 분단되었으나 일본은 온전하다. 한국이 대신 희생되었다. 만약 한반도에서 분쟁이 난다면 동북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가 위협을 받을 것은 명백한데 일본은 굳이 모른체 하고 있다. 한국은 연7∼8%의 성장을 하지 않으면 매년 43만명씩 증가하는 새 취업인구에 일자리를 줄 수 없다. 이러한 경제성장을 위해선 많은 외자가 필요하다. 60억달러 차관도 그 때문에 나온 걸로 아는데 일본의 경제력으로 보아 60억달러가 결코 터무니없다고 생각지 않는다. 60억달러의 돈을 안보와 연결시켜 말이 많은데 그렇다면 순수한 경제협력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 아닌가. 그 돈은 병기를 사는데 쓰는 것이 아니라 산업구조의 재편과 사회자본의 확충 등 한국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쓰여질 것이며 이는 일본의 안정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66년이래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들여온 차관은 모두 37억달리인데 이것은 한국의 대일무역 적자 2백억달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일본이 오늘날과 같은 경제적 번영을 누리는 것은 방위비 부담이 없는 것이 큰 이유다. 인도양을 통과하는 상선의 80%가 일본선박이지만 인도양을 지키는 것은 미국이다. 일본은 평화헌법 운운하지만 한국도 일본만큼 전쟁을 증오한다. 그러나 자위를 위해 군비를 증강하는데 일본만은 무임안보를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장기적으로 보아 한국의 안정은 일본의 안정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여 호혜적인 경제협력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한국은 일본의 방파제인 만큼 한국경제를 안정시키는데 협력할 의무가 일본엔 있다. 또 일본의 장기저리자금으로 한국의 산업이 육성되면 일본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 것이 아닌가. 60억달러의 차관이 유용하게 쓰이리라는 것은 과거의 예를 보아 의심할 바가 없다. 일본은 경제대국의 자세를 갖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제국과의 공존공영을 도모해야 한다. 한국의 발전을 일본의 위협으로 보는 것은 단견이다. 최근 포항제철의 철강이 일본에 수출된다하여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일본수출량의 1%도 안된다. 섬유나 기계 같은 것을 보면 같은 원료를 쓰는데도 일본은 기술이 좋기 때문에 고부가품을 내고있다. 한국이 발전하면 자연 기계나 원료·기술은 일본서 사오고 이것은 양국간의 무역확대를 가져올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일본은 무역면에서 너무 이기적이고 특히 기술면에서 편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해마다 막대한 무역불균형을 내면서도 한국의 1차산품에 대해 행정지도나 높은 관세로 수입을 억제하고 있다. 일본정도가 되면 좀 여유를 보일 필요가 있다. 영국은 식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 소비자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는데 일본도 좀 본받아야 한다. 또 기술이전문제만 해도 그렇다. 한국이 일본에 요구하는 것은 개발중인 첨단기술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표준화된 기술을 팔라는 것인데 공장에 접근하는 것조차 막고있다. 한국에 와있는 일본 기업들도 기술이나 경영관리기법을 전수하지 않고 단순부품조립이나 가공에 치중하여 한국을 제품판매시장으로서만 이용하고 있다. 이래선 공존공형은 기대할 수 없으며 한국도 다른 경협파트너를 찾지 않을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일본은 경제대국다운 자세를 가지고 자유세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노력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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