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취미 생활등 통해 스트레스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머리가 아프다』-. 복잡한 현대 생활 속에서 신경을 쓰다 보면 큰 병이 없으면서도 두통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모 은행의 심사역 K씨. K씨는 오후만 되면 골이 푹푹 쑤시듯이 아파, 근처 다방에 나가 30∼40분 동안 앉았다 들어오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현대인과 두통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두통환자도 점점 늘고 있다.
뇌신경 및 통증연구소가 있는 카톨릭의대 부속 성바오로병원의 경우 하루 신경의과에 오는 외래환자 70명중 3분의1이 두통환자고 신경외과에 입원한 환자 45∼50명중 반이상이 두통증세가 있는 환자라는 것.
성바오로병원 신경외과장 최창낙 박사에 따르면 이들 두통환자중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정신노동을 하는 샐러리맨들에게 심인성두통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앞의 예를 든 K씨도, 입행 동기생들은 모두 부장이나 지점장으로 나갔는데 혼자만이 승급에서 누락된 심인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두통은 뇌자체나 다른 신체적인 질환이 없는데도 격무에 시달리고 난 오후3∼4시가 지나면 두통이 일어난다.
주로 뒷골이 띵하고 머리에 띠를 두른 듯 관자놀이가 지끈지끈 아프며 정신집중이 안된다. 머리에 띠를 두른 듯 아프다고 해서 「밴드라이크(Band-like) 해데이크」, 혹은 긴장성 두통, 기능성 두통이라고도 부른다.
두통의 이유는 복잡한 직장의 일과 상사·동료들간의 불화등으로 스트레스가 축적될 때 일어나는 것. 울분을 밖으로 풀지 못하는 내성적 성격의 사람에게 특히 많다.
긴장성두통이 일어나면 보통 2주∼몇개월간 계속되는데 진통제를 먹으면 일시적인 효과는 있으나 근본치료에는 아무 도움이 안된다. 남자인 경우엔 퇴근길에 과음하지 않는 선에서 친구나 직장동료들과 간단한 대포를 하며 유쾌한 화제를 중심으로 많이 지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최박사는 말한다. 안주도 없이 술만 과음하면 오히려 또다른 두통을 유발하므로 안주를 충분히 먹고 술을 적당히 절제하는 게 중요하다.
또 목욕을 하거나 조깅·테니스·등산등 자신의 취미에 맞는 운동에 몰두하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은행원·운전기사·기타 사무원등 오래 앉아있는 직업인들은 뒷머리가 아플 경우가 있다. 특히 불안정한 자세로 오래 앉아있으면 머리뼈와 근육을 연결하는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증세, 즉 근건 염을 일으켜 머리가 아프다. 이때 뒷머리를 누르면 염증부위가 아프다. 퇴행성변화가 시작되는 40대 후반에 이런 증세가 많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면 이런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이 두통은 아픈 증세와 안 아픈 증세가 교대로 나타나는데 치료를 안하면 통증이 점점 자주 온다. 이같은 두통은 약물치료와 함께 전기치료와 찜질등 물리치료를 하거나 심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
최근 쇠고기파동으로 돼지고기소비가 늘고 있지만 돼지고기를 잘못 먹으면 두통을 일으킨다.
돼지고기를 충분히 익히지 않으면 디스토마의 알에 감염되기 때문. 우리 몸속에 들어온 디스토마 알은 유충이 되어 위벽을 뚫고 혈관으로 침입, 폐나 간·뇌에까지 침범한다. 이런 과정에서 유충은 성충이 되어 온갖 해를 끼치다가 죽어 시체가 되면 석회화한다.
뇌에 들어간 디스토마의 시체가 석회화하여 신경을 건드리면 간질을 일으키거나 신경부근에 있으면 두통을 유발한다. 디스토마가 또 몸 바깥부분의 혈관에 있다가 죽어 석회화하면 온몸에 가렵고 콩알같이 단단한 멍울이 생긴다. 이 멍울은 수술로 간단히 제거될 수 있으나 뇌에 있을 경우 수술이 간단하지 않다.
최박사는 최근들어 간질의 가장 큰 원인이 디스토마 감염 때문이라고 밝히고 디스토마 감염에 의한 두통환자도 늘고있다고 지적, 돼지고기를 잘 익혀먹도록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특히 비위생적인 대중음식점에서 사다먹는 돼지고기나 삼겹살구이·불고기·빈대떡은 디스토마 알이 죽을 정도로 충분히 익히지 않을 우려가 있다.
날 돼지고기를 썬 칼이나 도마·행주는 반드시 흐르는 물에 씻어 충난을 제거해야 한다.
돼지갈비에는 충난이 집중적으로 감염되므로 잘 익혀야 한다.
돼지고기는 붉은색이 없어지고 희어질 때까지 충분히 익히는 게 좋다.
돼지고기를 요리할때는 1차로 살짝 삶은 후 불고기나 빈대떡을 하면 안심할 수 있다.
두통의 또 한가지 주요원인은 양성종양. 전두섭·후두섭·측두섭 혹은 소뇌에 종양이 생기면 두통과 함께 눈이 잘 안보이거나 걸음걸이가 이상하고 성격이 포악해지는등 변화가 생긴다. 양성종양은 미세 수술로 제거,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어린이들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며 2∼3주간 변비가 계속되고 잘 걷지 못하면 일단 뇌종양을 의심할 수 있다.
성격이 깔끔하던 사람이 갑자기 지저분해지고 두통이 생기며 건망증이 심해지거나 대인관계가 좋아 직장동료간에 인기가 있던 사람이 남과 잘 싸우게되고 기물을 파괴하며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뇌종양인 경우가 많다.
이밖에 고혈압인 사람은 뒷골이 아픈 경우가 많다.
두통의 원인이 가정불화일 경우 친구·이웃·부부간의 대화를 많이 갖고 뜀뛰기·수영·화초 가꾸기등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취미에 몰두하는 수밖에 없다. <김광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