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달러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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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국의 국민소득이 2천달러를 넘은 것은 불과 10년전의 일이었다. 1970년, 1천9백91달러에서 비로소 2천2백54달러가 된 것이다.
뜻밖에도 네덜란드·뉴질랜드·아이슬란드 같은 나라가 영국보다 한 해 앞서 2천달러권에 들어 갔다.그때만 해도 일본은 1천6백49달러선이었다. 71년이 1천8백93달러. 그 이듬해인 72년 일본국민소득은 기어이 2천4백39달러로 점프했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2천달러를 넘는 연대는 향후5년. 요즘 정부가 입안, 발표한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르면 1986년의 국민소득은 2천1백70달러이다. 80년의1천5백6달러에 5년동안 어렵사리 6백64달러가 보태진 액수다.
2천달러가 넘으면 비로소 중진국권에 들어서게 된다. 물론 후진국의 꾀죄죄한 땟물을 벗은지 오래고,그 허위대가 훤칠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런 전처를 밟아온 나라들을 보면 오히려 이 무렵이 가장 고달프고 사회적으로도 시끌덤벙할 때인 것 같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보아도 2천달러에 접근하던 1960연대 후반이 제일 어수선한 때였다.
산업공해문제가 제기되어 이른바 개발병을 톡톡히 앓았다. 「인간회복」이란 말이 매스컴의 유행어가 된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해외여행이 급증하는 것 역시 2천달러 시대의 풍경이다. 일본은 초년 한해 사이에 여권발행이 46%나 늘어났었다.
그러나「적군파」와 같은 극렬청년들이 나타나 좌충우돌한 것도 이무렵이었던 것은 주목할 일이다. 이들은「국민소득 2천달러」시대를 누구보다 먼저 요란스럽게 알려준 것이다.
토막살인·유아유괴 등 기괴한 사건들이 그때 일본사회에서 남발했던 일도 생각난다.
한편에선 프리섹스의 세태가 벌어지고 기기묘묘한 성범죄가 잇달았다. 경마장을 메우는 인파, 부정을 저지르고 해외로 도망가는 샐러리맨들, 정신병원의 만원사태….
모두가 정말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 같았다. 이것이 일본이 겪은 국민소득 2천달러의 한 단면이었다.
그러나 밝은 면도 있었다. 우선계층별·지역별 소득의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중류의식」을 갖게되어 앙케트조사에 그런 사람들이 무려 52%로 나타나기도 했다.
젊은이들이 『뷰티풀』(미적감각)을 외친것도 인상적이다. 중년의 주부들은 가구를 들여놓기 시작했다.
바로 우리가 앞으로 겪어야 할 연대도 필경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어느새 그런 풍경을 우리는 요즘 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저마다 앞만 보고 뒤는 극성시대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웃고 우는 시대를 겪고나야 비로소 우리의 마음과 생활도 차분하게 가라앉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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