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는 사각형 … '손목 전쟁' 선수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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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애플이 ‘스마트시계 전쟁’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애플은 9일(현지시각) 아이폰6와 함께 애플워치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전쟁의 삼각축은 타이젠 운영체제(OS)를 이끄는 삼성전자, 안드로이드웨어·구글나우를 핵심으로 한 구글 진영, 아이폰 OS인 iOS를 적용한 애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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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 전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애플워치 디자인은 예상과 달리 평범한 사각형 모양이었다. 대신 터치스크린에 강도가 센 사파이어 글래스를 입혀 ‘고급지향’임을 분명히 했다. 크기는 38㎜와 42㎜ 두 가지로 나왔다. 여성처럼 손목이 가는 사용자를 배려한 대목이다. 또 두 크기 모두 기본형·스포츠형·에디션형 등 3가지의 버전을 내놨다. 시곗줄은 가죽이나 금속 등 다양한 재질로 교체할 수 있게 했다. 아이폰과 연결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이용한다. 가격은 349달러(약 35만8000원)부터다. 출시는 예상외로 다소 늦은 내년 초로 예정됐다.

 사실 애플워치의 무기는 하드웨어가 아니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통해 아날로그적 감성과 사용자경험(UI)의 적용을 극대화한 소프트웨어 강점을 내세웠다. 일반 손목시계의 용두(디지털크라운)처럼 보이는 부분을 돌리는 방법으로 화면을 확대·축소하고 탐색할 수 있다.

 걸려온 전화를 받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기본적인 기능은 기존 스마트시계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촉각이나 진동을 디지털로 전달할 수 있는 ‘탭틱엔진(Taptic Engine)’을 탑재해 심장박동이나 손가락 터치와 같은 신호를 다른 애플워치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예를 들어 ‘나 지금 심장이 쿵쾅거려. 느껴봐’와 같은 메시지도 느낌과 함께 전달할 수 있다. 애플의 주무기인 인공지능 비서 ‘시리’도 그대로 옮겨왔다. ‘기존 기술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의 유저 인터페이스’라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세계 스마트시계 시장의 리더는 삼성전자다. 일본의 소니가 가장 먼저 스마트시계를 내놓긴 했지만 뒤늦게 합류한 삼성이 글로벌 스마트시계 시장의 70%를 차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간 독자 OS인 타이젠을 중심으로 한 기어 시리즈로 웨어러블 시장 선두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여기에 올 6월 구글이 개발자회의를 통해 안드로이드웨어와 구글나우를 장착한 스마트시계를 공개하면서 불을 지폈다. LG가 G워치로 구글의 스마트시계를 구현했고, 삼성도 안드로이드웨어를 실은 ‘기어라이브’를 내놨다. 지난 5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가전전시회(IFA2014)에선 삼성이 스마트폰 없이도 통화할 수 있는 ‘기어S’를, LG가 세계 최초로 둥근 모양의 ‘G와치R’을 공개하며 경쟁이 가속화됐다.

 한편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워치의 출시 예정일이 내년 초인것로 봐서 아직 완성된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타사보다 100달러 이상 비싼 가격도 문제지만 출시 일정이 늦어질 경우 경쟁사들이 더 진화된 기능으로 스마트시계 시장 생태계를 선점해버리면 애플이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시계의 선두주자인 삼성으로서는 연중 최대 성수기인 올 4분기에 막강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애플의 스마트시계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준호·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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