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조합 조합운동목표는 인간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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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실감이 안 나는군요. 넉 달 전쯤 필리핀인 할머니 한 분이 다녀갔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마「막사이사이」상 재단에서 왔던 모양입니다, 함께 일해온 동지들 중 이 상을 받아야할 숨은 공로자들이 많은데 제가 외국에서 활동하는 기회가 많다 보니 수상자로 결정된 것 같습니다』
올해 「라몬·막사이사이」장 국제이해부문 수상자로 결정된 아시아지역 신용협동조합연합회 사무국장 강정렬씨 (58· 서울 정능4동 402의 129)는 수상의 영광을 한국신협운동의 눈부신 발전을 낳게 한 동료들에게 들린다고 했다.
스스로를 「신협광」 이라 부르는 강씨는 한국신협운동의 선구자이자 아시아지역 신협 연합회를 창설한 주역이기도 하다.
고리채의 추방과 서민경제의 자조자립이란 신용협동조합운동의 목표를 위해 반평생을 바친 그는 세계신협협의회(WOCCU) 사업계획 6인 위원회 위원직과 아시아지역주재원도 맡고있다.
『신협 운동의 목적은 인간을 인간답게 발전시키자는 일종의 인간개조운동이자 성인교육운동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계발을 방해하는 경제적 곤란에서 벗어나려는 조합원들의 상부상조가 필요한 것입니다.』강씨는 고향인 평남룡강에서 진남포상업학교를 졸업한 뒤 1·4후퇴 때 월남, 부산가톨릭구제회 책임자로 있으면서 한국신협조합의 효시인 성가신협조합을 창립했다.
『피난민 구제사업을 하다보니 고리채에 쪼들려 허덕이는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싶어 신협운동을 시작했다』는 강씨는 한국신협운동의 어머니인 미국인 「메리· 가별」수녀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가톨릭구제회 직원 등 27명의 조합원으로 창립한 성가신협조합은 당시 출자금이 1인당 1천 환씩으로 자본금은 모두 2만7천환.
그 동안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현재 전국의 1천4백98개 조합에 조합원은 82만7천7백80명, 저축고도 무려2천5백 여 원으로 늘어났다.
71년에는 서울에서 아시아지역 연합회창립을 주선하기도한 강씨는 『우리 나라 신협운동이 조합원수·저축액·조합의 건전도 등의 평정에서 전세계회원국 중 4위이며 아시아에서는 두드러지게 중추적 역할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이 운동을 통해 20여 개의 나환자촌에 신협조합을 조직한 일이나 영세상인 조합원들이 자립한 일 등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는 그는『서민금융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스스로가 소유의식과 주인의식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강씨는 그 동안 이 운동에 빠지다보니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한때 가족들로부터「무관심한 가장」이란 말을 듣기도 했지만 현재는 부인 이송섭씨(57)까지 이 운동에 참여, 정능신협 이사를 맡고있어 부부신협광이 됐다.
그뿐 아니라 3남 3녀의 자녀 중 장남 준길씨(36·광운공대 교수)도 연세대대학원 재학중 학생신형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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