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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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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신문5일 상오 11시. 「레이건」대통령이 제시한 얼티메이텀(최후통첩)은 아무일없이 그대로 지나갔다. ·
결국 미국 항공관제사들의 스트라이크는 파국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는 파업중인 1만3천 여명의 관제사들을 주말까지 모두 해고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해고통지서가 발송되기도 했다.
관제사(컨트롤러)가 하는 일은 이·착륙하는 모든 비행기들의 교통정리다. 미국 대도시의 공항에선 거의 2,3분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곤 한다. 국내선의 경우, 대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항공로는 발착시간이 따로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 고속버스를 연상하면 된다. 좌석이 차면 언제라도 떠난다. 미국기역 1백32개 터미널에서 뜨고 내리는 민간항공기는 하루평균 1만4천 여 회에 달한다.
바로 이런 항공노선이 거의 4분의1이 마비된 상태다. 혼란은 짐작이 된다.
미국의 관제사들은 모사 1만5천5백 여명. 이들은 「직업항공관제사기구」에 소속된 공무원이다. 이것을 모체로 노조를 결성하고 있다. 「파트코」,약자로는 PATCO라고 한다.
이들이 파업을 벌이며 내세우고 있는 조건은 근무시간 단축과 봉급인상이다.
우선 현행 주40시간 근무에서 32시간으로 단축하는 문제는 관제사의 증원이 전제되어야 한다. 봉급인상 역시 예산과 직결된다.
작은 「정부」,「인플레이션억제」를 지상의 과제로 삼고있는 「레이건」에겐 여간 큰 부당이 아니다.
미국관제사들의 연봉은 현재 3만3천 달러. 그 사회에선 어퍼미들(중상류)급이다. 여기에 1만 달러를 플러스하면 상류에 가까워진다. 우선 미국사회에서 감각적으로 그것이 쉽게 받아 들여 질지 궁김하다.
「레이건」이 강경책을 쓰는 것은 이유가 있다. 첫째 공무원이 노조를 가질 수는 있으나 스트라이크를 벌일 수는 없게된 법이 「레이건」 편이다. 관제사들은 공무원의 신분이며, 채용될 때 이미 파업은 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쓴 사람들이다.
이 서약을 어길 경우 해고는 물론이고 I년 징역에 벌김(1천 달러)을 물어야 한다.
언젠가 미국의 우편노조가 파업을 하려다 못하고 말았다. 법적인 불리때문에 타협하고만 것이다.
또 하나 레이건은 국민 감정의 호응을 받고있다. 당장 불편이 발등에 떨어진 국민들이 불평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레이건」으로는 강한 이미지를 통해 지지를 확보할 궁리도 하고있다.
때아니게 영국의 관제사들이 미국을 돕겠다고 나서는 것도 재미있다. 행여「영국병」에 들까 걱정하는 미국시민들에겐 즐거운 비오 아닌 비오속의 즐거움이랄까.
아무튼 미국마저 미국병에 든다면 자유세계를 위해서도 좋은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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