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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집합의까지 해놓고 옥신각신|7월임시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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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108회 임시국회 소집여부를 둘러싼 이번 여야간의 논란은 마치국회소집이 정당체면 유지용으로 이용되는게 아닌가하는 의문마저 자아낸다.
여야가 모두 국회소집문제에 관해 시종원칙이 없는것같다.
당정협의회·당직자간담회·원내대책회의를 거치면서 의제가 없다는 이유로 임시국회는 불가하다는 당론을 굳혔던 민정당이 14일 총무회담에서 임시국회소집으로 선회한것도 원칙이없어보이고, 임시국회를 열어서 다뤄야할 안건이 94개나 된다고했던 민한당이 대통령아세안순방결과만을 다루기로하는 의제에 동의한것도 역시원칙을 지킨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더구나 14일 다시 열린 총무회담에서 아세안순방에관한 본회의 대정부질문이 곤란하다면 경제문제등의 안건을 추가해서라도 본회의 대정부질문을 벌여야겠다는 속셈에서 의제확대를 주장한 민한당이나, 야당이 의제를 더 요구하면 국회소집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것이라며 스스로합의사항을 포기할수도 있다는 민정당이나 일관성이 없긴 마찬가지다.
이렇게된것은 근본적으로는 각정당의 이해가 다르고 국회를 보는 안목의 차이때문이다. 민정당으로서는 국회를 기피한다는 인상은 안주면서 국회를 여는데 따를지도모를 「풍지풍파」는 가급적 피해보자는 속셈에서 다루어봐야 득은 있을지언정 실은 없는 순방결과만을 의제로 내세웠다.
민한당으로서는 국회소집자체로 체면유지를 해보자는 저의에서 우선 순방의제만으로도 소집하는데 동의했던것이다.
민정당은 상대국가가 관련되는 아세안순방결과에 관해서는 외교기밀을 유지해야하므로 공개하기가 어려울뿐아니라 전례도 없는 본회의보다는 비공개 상임위에서 질의해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민한당은 단일의제로라도 소집하는데 합의는 이미 해버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적한 현안들을 제쳐놓고 정부의 외교성과를 찬양하는 아세안순방 한가지만을, 더구나 본회의 대정부질문도 못하고 처리할수는없다는 생각에서 의제추가를 요구하게 됐다.
민정당이 야당의 의제확대 요구가 계속된다면 임시국회 소집합의까지 무산시킬 의사도 없지않다고 강경자세를 나타내는데??야담에 정치공세의 기회를 주지않겠다는 뜻이 깔려있다.
일반안건을 다루는 국회가 열리면야당은 경제부문?淪?공격뿐 아니라 반도시 정치공세도 벌인다고 여당측은 계산한다.
민정당은 지난5월 임시국회에서 유치송총재를 비롯한 야당의원들이 비록 목청은 부드러웠지만 태통형선거법·국회의원선거법·국회법·언론기본법등 입법회의에서 처리된 법률들의개정을 요구한것은 결국은 현체제의 양저를 건드리는것으로 분석했다.
민한당이 이번에 국회안건으로 정리한 94개 항목중??국회법개정등이 포함돼있다.
이종질민정당원내총무는 지난 5월19일 제107회 임시국회폐회이래 지금까지 줄곧 『안건이 있으면 연다』는 슬로건아래 12개 상임위중 8개상임위를 열어주면서도 입시국회소집문제와 선거법·국의법등이 야당에의해 정치이슈로 등장하는것은 엄격히거부해왔던 것이다.
결국 민정당이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정치안건들?淪?「불가촉」분류를 해놓은 이상, 그리고 그밖의 경제문제등 비정치적 안건들을 그때그때 상임위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는 한 사실상 임시국회소집은 기대하는것 자체가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민한당도 이점을 모르고 있는것은아니다. 야당이 임시국회소집을 끈질기게 주장해온것은 근본적으로는 민정당이 세운 이벽을 점진적으로 허물어뜨리자는 의도로 해식된다.
그러나 여기??현실적인 능력과의지도 갖추지 못한것을 절감하면서도 정치적 이슈를 거론하고 국회소집을 요구하는것만으로 국민들에게 야당성을 증명해보이려는 서글픈 제스처가 있는것도 부인할수 없다.
더구나 국회소집 성사여부는 당실력자들간의 불편한 서수관계에 한변수로 작용될 우려도 없지않다. 고총무가 13일 총무회담에서 의제에 상관없이 국회소집합의만 덜컥 받아들인것도 당내추궁을 의식한 면보용 처사로 볼 여지가 있다.
쟁점?蕙?라이벌을 궁지로 모는 민한당의 당내사정은 다소 정도가 심한 것같다. 예를들어 신상우사무총장이 정치자금 후원회 공동관리위 구성을 여당과 합의하면 상대파가 명분론을 내세워 반대하고 고총무가 원내문제에관해 결정을 내리면 상대파의 반격이 가해지는 연쇄적 공방이계속되는 형편이다. 고총무가 아세안순방만을 의제로한 임시국회 소집에합의한데대해 신총장, 한영수 정책심의회의장등이 예외없이 비난하고 나선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되는 것이다.
민정당의 이총무의 경우 사정은 다르지만 여론을 의식한것은 마찬가지.『의제만 있으면 임시국회는 언제든지 연다』든가 『상위를 열었다고 임시국회를 안여는것은 아니다』라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해오다 결국은 안열고 넘어간다면 비난의 세론이 몽땅 민정당에 돌아갈 ?볕?우려한 것같다.
또 원내문제를 책임진 이총무의 입장으로서는 당내일부의 임시국회불가의견??불구하고 임시국회소집에 대해 독자적 경정을 내림으로써 「소관」을 분명히 하자는 의지를 보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와같은 각당의 내부사정이나 협상당사자들의 입장때문에 국회자체의「모양」이나「당위」가 어떻게 돌아?쩝嗤?소홀히 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욕을 먹지않으려고 국회를 마지못해 열었다가 국회가 할 일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못할 경우 더 큰곤경이 올수도 있다.
16일 총무회담에서 의제문제가 원만히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번 협상자체가 정치이슈화 할 것이며 정국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봉?크다.<한남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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