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뮤지컬 'TV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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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열풍이 TV에도 상륙한 걸까. 드라마와 뮤지컬, 시트콤과 뮤지컬을 접목하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MBC 월화 미니시리즈인 ‘내 인생의 콩깍지’와 SBS가 지난 19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한 ‘체인지’는 창작곡을 사용하고 뮤지컬 전문 배우들을 캐스팅, 비교적 완성도 높은 뮤지컬 장면을 선보였다.

지난 7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 '…콩깍지'는 다름아닌 지난해 특집 뮤지컬 드라마 '고무신 거꾸로 신은 이유에 대한 상상'을 연출했던 한희 PD의 작품. 미니시리즈로선 처음으로 매 회 한 장면씩 곁들인 뮤지컬 형식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서면서 비록 시청률은 10%에 못 미치지만 "참신하다""볼수록 재미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남녀 주인공인 박광현과 소유진은 물론 배연정.백재현.김영철 등이 카메오로 출연해 노래와 춤솜씨를 보였다.

"노래들이 재미있다. OST도 나오느냐"는 시청자들의 문의가 잇따라 총 16회 중 어느 정도 촬영이 진행된 8회까지 나온 노래들을 담은 OST가 곧 나올 예정이다.

한PD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기존의 노래들을 패러디한 뮤직 비디오를 만들면서 뮤지컬이 의외로 TV에 잘 맞을 수 있겠다고 느꼈다"면서 "10여년 전에 비해 뮤지컬 팬과 배우층이 두터워진 것도 이런 시도가 가능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콩깍지'에 비해 '체인지' 는 뮤지컬에 시트콤적인 요소를 도입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무대 공연 형식이 강했던 작품. 실제로 2년 전에 상연됐던 창작 뮤지컬 '세븐 템테이션'을 TV용으로 각색한 것이다.

김영철.조정린.전진.손태영.황보.김태현.김명희 등 개그맨과 가수, 그리고 뮤지컬 전문 배우들이 함께 출연해 기존의 가요들을 패러디한 것 외에 여러 편의 창작곡을 선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감각의 코미디였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무대와 영상을 넘나드는 형식이 너무 산만해 보였다"는 반응도 있어 정규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사실 제작비와 같은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뮤지컬과 TV의 만남이 쉽지는 않다. '…콩깍지'의 경우 3분 정도의 뮤지컬 장면을 찍는 데 여덟 시간 이상 걸리는 등의 이유로 편당 한 장면밖에 넣지 못했다. 작곡가를 구하기 힘든 것도 문제다. 몇 달에 걸쳐 준비되는 무대 공연과 달라 대본이 나오자마자 순발력 있게 곡을 써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무신…''…콩깍지''체인지'가 우연히도 모두 작곡가 권오섭씨의 작품인 것은 그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작사.작곡은 물론 편곡.녹음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는 그는 "뮤지컬 시트콤 형식이 이미 정착된 미국 등과 달리 녹음.촬영 등의 전문인력이 없어 힘든 부분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세븐 템테이션'의 기획자이자 SBS 측에 '체인지' 제작을 제안했던 개그맨 백재현씨는 "극의 코믹한 분위기를 살리는 데 뮤지컬적 요소는 아주 적격"이라면서 "기존의 드라마나 시트콤에 식상한 시청자들에게 좀 더 참신하고 품격 높은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이 같은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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